종근당·크리스탈지노믹스, 수개월째 환자 1명도 확보 못해
크리스탈 “정부로부터 긍정적 언급”···업계 “피험자 확보에 당국 지원 필요”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을 추진 중인 국내 제약사들이 피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업체는 피험자를 1명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으로 확인된다. 이에 제약업계는 피험자 확보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진행 중인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내 제약사들이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제약사들이 주로 진행 중인 개발 방식은 ‘약물재창출’이다. 약물재창출이란 기존 다른 적응증으로 판매 중인 의약품을 코로나19 치료에 적용, 치료제로 창출하는 전략을 지칭한다.
일부 제약사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을 승인 받은 후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구체적으로 임상시험 대상자를 구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회사별로 일부 차이는 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며, 완치되기 전 즉 현재 코로나19 환자가 임상시험 대상자인 경우가 적지 않다”며 “다른 질환에 비해 코로나19 환자는 격리돼 이동이 제한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피험자 확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흐름이 진행 중인 업체로는 종근당과 크리스탈지노믹스가 대표적이다. 종근당은 지난 6월 17일 ‘CKD-314’(나파벨탄)란 물질의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은 바 있다. 종근당은 나파모스타트 성분의 이 치료제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100명 환자를 모집하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5개월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CKD-314’ 임상시험은 피험자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인 ‘의약품안전나라’ 사이트가 공개한 임상시험정보에 따르면, 종근당은 이날까지 한 명의 임상시험 환자도 모집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된다. 종근당 관계자는 “임상시험 진행상황을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지부진한 국내와는 달리 종근당은 멕시코 식약처로부터 나파벨탄 효능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 2상을 승인 받아 주목된다. 살바도르 주비란 국립의학·영양연구소는 나파벨탄의 코로나19 치료제로써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코로나19로 인한 중등증 및 중증 폐렴환자 약 118명을 대상으로 중등도 및 기저 질환에 따라 나파벨탄을 10일 간 투여할 계획이다. 종근당은 현재 러시아 약 12개 기관에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데, 글로벌 임상이 성공하면 국내에서 긴급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도 종근당과 유사한 사례로 꼽힌다. 크리스탈은 카모스타트 성분의 ‘CG-CAM20’이란 물질로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지난 7월 1일 승인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역시 5개월이 다 되도록 환자를 한 명도 모집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된다.
크리스탈지노믹스 관계자는 “이번 임상 2상은 내년 8월까지 완료 예정”이라며 “식약처 등 정부 당국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으며, 현재도 긍정적 언급을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언급은 코로나19 환자 대상 임상시험에 당국이 직간접적 지원을 예정했음을 시사한다. 결국 피험자 확보에 정부 당국의 지원이 예상되기 때문에 시간은 소요되지만 긍정적 진행도 전망되는 부분이다. 종근당의 경우 러시아와 멕시코 등 글로벌임상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평상시 정부와 유대관계를 밀접하게 맺어놓으면 당국의 지원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코로나19 환자 대상 임상시험은 정부가 도와줘야 가능한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