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2120만원 돌파…연내 신고가 경신 가능성 주목
코로나19·바이든 당선 등 호재 작용
향후 전망은 여전히 ‘분분’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비트코인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2100만원선을 돌파했다. 연일 이어지는 상승세에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의 거래량 역시 급증하면서 3년 만에 ‘코인 광풍’이 재현되자 세간의 이목이 또 한번 가상화폐 시장에 쏠리고 있다.
26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분석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의 24시간 거래량이 이날 오전 8시 기준 1조5990억원을 기록했다. 24일에는 거래량이 2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이처럼 활황인 배경에는 급속도로 상승한 비트코인 시세가 자리 잡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비트코인은 2074만원에 거래됐다. 앞서 24일에는 1만9225달러(약 2123만원)에 거래되면서 연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업계는 3년 만에 활황을 맞은 비트코인이 올해 역대 최고가를 경신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2017년 12월 당시 1만9666달러(약 2172만원)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바 있다.
비트코인 시장에 다시금 불이 붙은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시중의 유동성이 대폭 증가한 영향이 크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악화되자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 유동성 확대 등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며 돈 풀기에 나서고 있다. 이에 저금리 장기화 등으로 투자처를 고민하던 투자자들이 가상화폐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중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시중 통화량을 나타내는 광의 통화(M2)는 9월 3115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2% 증가했다.
기업과 기관의 가상화폐 시장 진출이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 대표적인 예로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 기업인 페이팔은 지난달 자사 플랫폼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거래와 결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페이스북은 자체 가상화폐인 ‘리브라’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간도 자체 개발한 가상화폐인 ‘JPM코인’의 상용화에 돌입했으며,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은 지난달 가상자산 거래소를 만들어 직접 운영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세계 중앙은행 최초로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를 정식으로 도입하겠다고 예고했으며 일본 중앙은행 역시 2021년 CBDC 시범운용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한국은행 역시 내년 CBDC 파일럿 시스템을 구축해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미국의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 승리한 점도 가상화폐 시장의 호재로 작용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팀에는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시각을 가진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때문에 트럼프와 달리 가상화폐 시장에 친화적인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 씨티은행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보고서를 통해 “가상화폐 시장에 강세장이 이어져 내년 하반기에는 비트코인이 31만8000달러(약 3억원)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3년 전에 비해 여러 긍정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지만 ‘거품’이라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상화폐 시장에서 유통되는 자금은 전쟁이나 마약을 통한 불법적인 창구로 들어온 게 대부분이라 제도권에 진입해 안전자산이 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며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는 거래 수단, 가치저장 수단이라는 화폐의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현재의 상승세는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시중에 유동성이 증가했지만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보니 전반적인 투자 분위기가 고위험 고수익 추구로 이어지고 있다”며 “가상화폐도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상화폐 가격 상승에는 실체적인 근거가 있다기 보다는 투자 심리 영향이 크다”며 “특히 비트코인의 경우 시장 가치만 있을 뿐 내재 가치가 없기 때문에 지금의 상승세로 가상화폐 시장을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