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최종 합의 앞두고 전날 돌연 잠정 연기
서울시, 조정문안의 문구 수정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계약시점 특정하지 않키로
대한항공 “서울시만 믿고 가다가 내년에 돈 지급 받지 못하면 자구안 차질”

서울 종로구 송현동 소재 대한항공 소유 부지. /사진=시사저널e DB
서울 종로구 송현동 소재 대한항공 소유 부지. / 사진=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대한항공의 자구안 중 하나인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각이 막판 뒤집어졌다. 국민권익위원회 중재로 협상이 마무리되는 듯 했으나 서울시가 계약서상 ‘매매계약 시점’에 대해 갑작스레 문구 수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당초 이날 오전 국민권익위원회, 서울시,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매각 조정 최종 합의 서명식을 진행하기로 했으나 전날 잠정 연기했다.

송현동 부지는 종로구 일대 3만6642㎡ 규모로 대한항공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영환경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땅이다. 앞서 서울시가 이 땅을 공원화하겠다고 밝히며 갈등이 커졌으나, 권익위가 중재에 나서면서 마무리되는 모양새였다. 권익위는 서울시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송현동 땅을 제3자 매입 방식으로 확보하고, 서울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 시유지를 맞교환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바지 협상에 이르렀던 매각건이 갑자기 연기된 것은 서울시가 권익위의 조정문안을 두고 문구 수정을 요구하면서다. 서울시는 계약서와 관련해 ▲계약시점을 특정하지 않으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계약 체결하도록 노력한다”라는 문구로 교체할 것을 요구했다.

권익위가 작성한 조정문에는 계약시점과 대금지급시점이 명기됐다. 현행 권익위법상 조정이 민법상 ‘화해’의 효력을 지니는 만큼, 이와 관련해 이행청구권에 대한 조항도 명기됐다. 권익위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조정문을 지난 16일 각 당사자에 송부했고, 수정의견을 반영해 20일과 23일 두 차례에 걸쳐 추가 의견조회를 했다.

이 과정에서도 계약시점, 대금지급시점, 이행청구권에 관한 문구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으며, 대한항공과 LH는 지난 23일 조정문에 이견이 없다고 최종 회신했다.

서울시의 태도 변화는 서부면허시험장 부지에 대한 마포구 주민들의 반발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당사자인 마포구와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부지 맞교환을 추진하는 상황에 우려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일방적인 부지 맞교환을 중단하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상암동입주민연합회도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지난 24일 서울시청 앞에서 ‘상암동 부지 맞교환 결사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한항공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시의회 통과가 부정적이라고 하면서 확약도 해줄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못해준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서울시만 믿고 갔다가 내년에 돈을 지급받지 못하면, 대한항공은 자구안을 이행하지 못하는 게 된다”고 우려했다.

대한항공은 내년까지 채권단이 1조 2000억원을 지원한 것에 대한 자구안을 이행해야 하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자금을 지원하며 내년까지 2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은 유상증자, 기내식 사업 매각, 송현동 부지 매각을 추진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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