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평균 배당수익률 5%↑
연말 배당시즌에도 개인투자자는 11월에만 2716억원 순매도
금융당국의 ‘배당 금지령’에 투자심리 약해진 영향
[시사저널e=이용우 기자] 국내 금융지주가 배당시즌인 연말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투자업계에선 은행주를 배당수익률 5%가 넘는 고배당주로 분류하고 있지만 당국이 사실상 금융지주사에 ‘배당 금지령’을 내린 상태라 여전히 투자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당국의 배당자제 권고를 들은 보험사들이 오히려 배당확대에 나서고 있어 금융지주들의 배당 정책에도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집중된다.
◇개인 투자자, 금융지주 호실적에도 투자 꺼려해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증시가 코로나19 이전 상태로 회복한 데 이어 최근 코스피가 2600선을 돌파하는 등 빠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에 비해 금융주의 성장세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 주가가 최근 개선되면서 일제히 올랐지만 코스피 상승률과 비교하면 상승폭은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 금융지주 주가가 최근 상승세를 탄 것은 3분기 실적 호조에 이은 외국인 매수세가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하나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이 10월 말 63.99%에서 최근 64.73%까지 높아지며 65%대 돌파도 앞두고 있다. 11월 들어서만 외국인은 하나금융지주를 총 1015억원 순매수했다.
하지만 4대 금융지주는 올해 들어 공통적으로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11월2일~24일) 개인 투자자들은 4대 금융지주 주식을 2716억원 순매도했다. 지주사 별로 신한지주를 1053억원, 하나금융지주는 808억원, KB금융은 463억원, 우리금융지주는 392억원 팔아치웠다. 반면 외국인은 같은 기간 1702억원 순매수했다. 우리금융지주(10억원 순매도)을 제외하고 하나금융지주(1015억원 순매수), KB금융(673억원), 신한지주(240억원) 모두 사들였다.
◇금융당국 “배당 자제하라” 줄기찬 권고
금융지주들이 개인 투자자로부터 외면받는 이유는 금융당국의 금융지주사의 배당확대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4대 금융지주의 배당수익률은 5%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배당수익률은 현재 주가 대비 지난해 배당금을 기준으로 산출한다. 25일 기준으로 볼 때 우리금융지주의 배당수익률은 6.8%, 하나금융지주는 5.8%, 신한지주는 5.3%, KB금융은 4.5%다.
올해 4대 금융지주들이 3분기까지 호실적을 냈기 때문에 연말에 작년 이상의 순이익을 거둔다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배당을 할 가능성이 높다.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총 9조7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1% 증가했다. 3분기 순이익이 9조원을 넘은 것은 지주사 설립 이래로 처음이다.
하지만 호실적에도 금융지주들은 배당금을 더 늘리기 어려워하는 눈치다. 올해 초부터 금융당국이 배당을 자제하라고 권고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금감원이 금융사의 배당 제한을 요구하는 제도를 법제화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어 금융지주 입장에선 배당금을 올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기환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주주배당은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도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올해 공격적 배당 확대는 어려울 수 있고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중간배당을 하는 하나금융지주도 코로나19를 우려해 “코로나19 등 대외경제환경의 다양한 변수가 남아있어 분기배당을 빠른 시일 내에 실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형 보험사 배당성향 확대 결정···금융지주 영향 줄까
다만 업계에선 최근 대형 보험사들이 호실적을 바탕으로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의 비율)을 높이기로 결정하면서 금융지주의 배당 정책 태도가 바뀔 수 있다는 기대도 내놓는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최근 열린 투자설명회(IR)에서 지난해 배당성향 37%에서 올해 더 늘릴 것을 예고했다. 삼성화재도 2021년까지 배당성향을 5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를 비롯해 메리츠화재 등 대형 보험사들은 매년 30%가 넘는 배당성향을 발표해왔다. 25%대에 머물러 있는 금융지주보다 더 높다. 금감원이 업계 불황을 겪고 있는 보험사에 배당 자제를 권고해왔지만 보험업계는 주주 친화적 배당정책을 통해 주가 및 기업가치 상승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주들이 저평가 돼 있다고 하지만 저금리, 저성장 영향에다 부동산 규제 등으로 쉽게 오르지 못하고 있다”며 “배당을 줄이게 될 경우 투자 유치가 그만큼 더 어려워질 가능성도 높다. 당국이 배당 자제를 하고 있지만 쉽게 줄이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