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가 부지 매입 후, 서울시가 보유한 부지로 맞교환하는 ‘3자 매각’ 방식 추진
교환 부지에 서부운전면허시험장 거론, 구청장·지역 주민 집단 반발
“일방적인 통보 반발심만 키워···다자 간 협의 통해 맞교환 부지 물색해야”

서울 종로구 송현동 소재 대한항공 소유 부지. /사진=시사저널e DB
서울 종로구 송현동 소재 대한항공 소유 부지. /사진=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를 공원화하려는 서울시의 계획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모습이다. 서울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송현동 부지를 사면, 시가 보유한 부지와 맞교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맞교환 부지로 서부운전면허시험장이 거론된 이후 마포구에선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마포구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맞교환 부지를 확보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5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서울시와 대한항공은 내일(26일) 현장조정회의를 열어 송현동 부지 매각 갈등 마무리를 위한 최종합의안에 서명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6월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공원화 계획에 반발해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제기했고, 권익위는 지난 5개월 동안 대한항공과 서울시 관계자를 불러 중재를 시도해 왔다.

중재안은 LH가 송현동 부지를 매입하고, 서울시가 그 부지를 다른 시유지와 맞바꾸는 ‘제3자 매입’ 방식이다. 자금이 부족한 서울시 대신에 LH가 송현동 부지 땅값을 지불하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서울시가 직접 대한항공으로부터 부지를 매입하는 것보다 빠른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서울시는 정부의 8·4부동산대책에서 언급된 신규 주택 공급 부지인 서부운전면허시험장을 교환 대상 부지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H가 해당 부지를 매입하면 향후 주택 공급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8·4대책 발표 당시 서부운전면허시험장은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흑석유수지, 거여공공공지, 면목행정복합타운, 구로시립도서관, 서울의료원 부지 등의 시유지들과 함께 대상지에 올랐다. 서부면허시험장을 포함해 총 3개의 부지가 주요 후보지로 좁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맞교환 대상 부지를 확정 짓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마포구에선 서부운전면허시험장이 맞교환 대상 부지로 거론되자 지역 주민들이 즉각 대응에 나섰다. 마포구 상암동주민연합회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결성해 어제(24일) 서울 시청 앞에서 ‘상암동 부지 맞교환 결사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기덕 서울시의회 부의장도 “서울시의 3자 매입 계획은 결국 시의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서부면허시험장 매각 반대 의사를 밝혔다.

비대위는 서울시가 서부면허시험장 부지를 교통·교육·산업 등 4차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유지해달라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여름 서부운전면허시험장을 ‘신 전략거점’으로 선정했다. 거점 선정 당시 서울시는 이 땅에 대해 지역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산업 네트워크 중심지로서의 활용이 기대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사업 대상지별 개발 방향과 구체적인 실천전략 마련을 위한 용역에 들어가 내년까지 사업성 분석, 개발 계획안, 단계적 실행방안 등을 세운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서부운전면허시험장이 8·4대책의 신규 주택 공급 부지로 선정된데 이어 송현동 부지의 맞교환 부지로 거론되면서 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유동균 마포구청장도 ‘서부면허시험장 부지 맞교환’ 중단 성명서를 발표하고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유 구청장은 “당사자인 마포구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부지 맞교환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8·4대책 발표 때도 4자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자고 제안했는데 지금까지 관련 기관에서 어떤 연락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방적인 부지 맞교환이 아닌 서부면허시험장의 지역 현실과 수요에 맞는 최적의 활용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우리 구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주민들의 반발로 송현동 부지 매각 계획이 다시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LH가 원하는 맞교환 부지를 얻지 못할 경우 송현동 부지를 대한항공으로부터 구입할 이유가 없어서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마포구뿐만 아니라 8·4대책을 통해 발표된 신규 주택 공급 부지에선 발발이 거센 상황이다”며 “다자 간 협의를 통해 맞교환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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