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차량 목록에 쏘나타 택시 포함됐으나 취재 후 하루 만에 빠져···현대차 "단순 표기 오류"
쏘나타 작년 신형 출시했으나 예상보다 성적 저조···택시용 출시 절실
일각에선 쏘나타 택시 재출시 가능성 낮다고 봐···그랜저 택시 주력 모델로 삼아 제네시스 브랜드 대중화까지 노린다는 의견도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택시용 쏘나타 판매를 재개한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신형 쏘나타를 출시하며 신형 모델에는 택시용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신형 모델의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하자, 택시용을 다시 출시하며 판매 회복을 노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까지 현대차 공식홈페이지 영업점 전시차량 목록에 쏘나타 택시가 포함돼 있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단순 표기 오류일 뿐 신형 쏘나타의 택시 모델 판매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금은 전시차량 목록에서 쏘나타 택시는 빠진 상태다.
단순 오류라고 보기에는 의심쩍은 부분이 많다. 목록 업데이트가 바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보기에도 미심쩍다. 최근 나온 투싼 하이브리드도 명단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14년 현대차는 LF 쏘나타 때도 택시 출시가 없다고 공언했으나, 이후 판매가 급감하자 슬그머니 택시용을 재판매한 바 있다.
이번 신형 쏘나타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신형 쏘나타 출시 당시 현대차는 앞으로 택시용은 LF 쏘나타가 책임지며 신형 모델에는 택시를 추가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최근 쏘나타 판매를 살펴보면 택시용 재출시가 절실하다.
올해 1~10월 쏘나타 판매는 5만8040대로 전년대비 29.7% 줄었다. 한때 국민차로 불리며 연 10만대 이상 판매하던 쏘나타 치고는 초라한 성적이다. 같은 세단 라인업인 아반떼(7만1886대)와 그랜저(12만4736대)는 각각 전년대비 33.2%, 56.4% 증가했다.
그나마 5만8000여대 판매 중에서도 구형인 LF쏘나타가 1만6451대로 28%를 차지했다. LF 쏘나타가 대부분 택시용으로 판매되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 입장에선 택시용 쏘나타에 다시 구미가 당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택시 모델은 ‘서민차·국민차’ 이미지가 강하다. 쏘나타가 30년 가까이 한국 대표 세단으로 자리잡는데 택시 공급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를 출시하며 기존 ‘쏘나타=택시차’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택시 공급을 중단했지만, 그랜저 보급이 늘어나고 쏘나타가 예상보다 주춤하자 택시 부활 카드를 다시 꺼내드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현재 택시용 그랜저 보급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쏘나타로 돌아갈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현대차가 신형 쏘나타를 택시로 공급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놓고 업계에선 그랜저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대중화 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현대차가 쏘나타가 아닌 그랜저를 주력 택시 모델로 선정해 그랜저를 보다 친숙한 이미지로 바꾸는 한편, 제네시스 브랜드를 대중화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그랜저 택시 보급이 늘어날 경우 준대형 세단을 구입하려는 고객들이 그랜저보다 제네시스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올해 그랜저는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내며 쏘나타를 밀어내고 국내 대표 세단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그랜저는 연 14만대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신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랜저 역대 최고 판매 기록은 2017년 13만1950대였으며, 지난 10월 기준 불과 7214대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랜저가 올해 월평균 1만대 이상 판매한 점을 감안할 때 신기록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택시 1대가 일반차 10대의 광고효과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택시 모델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며 “현대차가 수익 개선을 위해 앞으로 주력 모델 등급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쏘나타와 그랜저를 통한 택시 전략에 따라 두 차종 성적이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