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 매달 2조 이상 증가
10월엔 잔액 기준 사상 최대 규모 기록
한은 “신용시장서 왜곡 나타나”

5대 은행의 최근 6개월 간 신용대출 잔액 추이 /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용우 기자] 은행권의 신용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금융당국이 규제에 나선 상황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와 부동산 규제에 따른 자금 마련 이유로 신용대출 수요가 쉽게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 대출이 계속 증가하면서 금융안정 상황을 측정하는 지표인 민간신용비율에도 왜곡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10월 말 128조8431억원을 기록,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전달보다 2조4500억원 증가한 상황이다. 

국내 은행권의 신용대출 증가세에 따라 전체 가계대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발표한 ‘10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68조5000억원으로 9월 말보다 10조6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8월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11조7000억원으로 한은이 2004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대 기록을 세웠다.  

신용대출이 최근 빠르게 늘어나자 금융당국은 이달 30일부터 고소득자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차주별로 DSR를 40% 이하로 막는 새로운 대출 규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은행들도 금리인상·한도축소 등과 같은 대출 조이기에 나선 상황이다. 

규제를 강화하자 은행에는 신용대출을 미리 받으려는 대출 ‘막차’ 수요가 몰리는 상황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신용대출 규제가 발표된 이후 지난 13~16일 나흘간 5대 은행이 받은 신규 신용대출 신청 건수는 2만149건으로 일주일 전 같은 기간보다 6000건이 증가했다. 카카오뱅크에서는 15~16일 신용대출 신청 고객이 일시적으로 몰리면서 접속 지연 현상도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이 우려하는 문제는 시중은행과 금융당국이 규제에 나섰어도 신용대출 증가 규모가 쉽게 줄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가 더 나빠질 경우 소액 대출이 계속 발생해 당국이 제시한 은행 신용대출 증가액 2조원을 맞추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앞서 금융당국 주도로 9월부터 은행에선 2억원대까지 나오던 신용대출 한도를 1억원 중반대로 축소하고 고신용자의 연소득 대비 한도를 200%에서 150%로 줄이는 등 신용대출 속도조절에 나섰지만 신용대출 증가액은 여전히 2조원을 넘어선 바 있다. 

한은에선 대출 시장이 역대로 커지면서 신용시장에 왜곡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은은 지난 9월24일 열린 금융안정 상황(2020년 9월) 설명회를 통해 금융안정 상황을 측정하는 지표인 ‘민간신용비율(민간신용/명목GDP)’이 2분기 말 206.2%를 기록, 사상 최대치로 올랐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데 민간신용은 반대로 증가하고 있다며 비정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실물경기 개선이 없는 상황에서 가계신용과 기업신용이 동시에 늘어나는 만큼 향후 신용거품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이렇게 신용거품이 생긴 원인으로 최근 주택 관련 대출과 신용대출 등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국내외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보이자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커진 것”이라며 “다만 신용대출 규제 시작된 만큼 이전만큼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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