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사이 2억 원 이상 껑충···최근 들어 실거래가와 호가 간 갭 커져
“조정지역 지정, 단기적 시장안정 효과 보이다 또 다른 지역 풍선효과 초래”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정부가 부산과 대구 일부 자치구, 김포시 등을 규제지역으로 묶으면서 곧바로 인근 지역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포와 함께 수도권에서 보기 드문 비규제지역으로 꼽혀온 파주는 정부의 신규 규제지역으로 지정 발표 이후 맞은 첫 주말, 일부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는 등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조정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단기적 시장안정 효과를 보일 수는 있어도 결국 또 다른 지역의 풍선효과를 초래하는 역효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파주 운정신도시 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운정역 역사를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힐스테이트 운정, 센트럴푸르지오, 아이파크 등의 호가가 일제히 올랐다. 일례로 운정신도시 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는 규제지역 발표 직전인 지난주 초만 해도 호가는 9억 원 수준이었는데, 주말 사이 3000만 원 가량 오른 9억3000만 안팎을 형성하고 있다. 목동동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파주는 김포와 함께 수도권에서 보기 드문 비규제지역으로 꼽혔는데 김포마저 규제로 묶이면서 유일무이한 비규제지역이 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주택 매수 대기자들의 눈이 비규제지역으로 쏠리는 것은 자기자본 부담이 적고 정부의 눈으로부터 주택매수를 하는 게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서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9억 원 이하에 대해서 50%로 제한되고, 9억 원 초과분은 30%가 적용된다. 반면 비규제지역에서는 여전히 9억 원 미만의 주택가는 매수가의 70%까지 대출 가능하고 자금조달계획서 의무도 없다. 지역별 규제시 유동성이 이웃한 비규제지역으로 흐르는 까닭이다.
시장은 정부의 정책보다 빠르게 움직이기도 했다. 불과 지난달 중순만 해도 해당 아파트 84㎡는 6억3300만 원에 손바뀜이 이루어졌다. 그러다 이달 들어서 정부의 임대차시장 안정화 대책 발표와 함께 김포가 규제지역으로 포함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파주 주택시장은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GTX 호재가 있는 운정역 인근 단지들은 더욱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탔다. 이달 중순에는 8억6500만 원에 계약이 성사되며 불과 한 달 사이 2억 원 이상 뜀박질을 한 것이다. 또 다른 역세권 단지인 힐스테이트운정 59㎡ 역시 이달 초 5억9000만 원에 신고가를 쓰며 거래됐는데, 정부의 발표 직후인 20일부터 호가 6억5000만 원 안팎에서 매물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규제 무풍지대인 파주의 풍선효과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규제가 강화되고 수도권 전세난 전세난까지 맞물리는 상황에서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파주는 GTX노선이 관통하는 지역 중 유일한 비규제지역이어서, 투자처를 찾는 이들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GTX-A는 2023년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완공되면 일산 킨텍스에서 강남 삼성역까지 20여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쯤 되자 전문가들은 규제지역 추가는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특정 지역을 규제하면 해당지역은 거래위축으로 단기 시장안정 효과를 보이지만 얼마 지나지않아 다른 비규제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번지는 역효과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다보니 전국 집값이 오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