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인수하려면 요기요 팔아라”···소상공인·소비자 여파우려 사실 상 반대
“조선·항공 국가 기간산업···산은 주도의 빅딜, 공정위 단독반대 여의치 않아”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조선·항공업계 등에서 대형 업체들 간 합병이 추진되면서 결합심사를 맡게 될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에도 이목이 쏠리는 양상이다.

공정위가 최근 배달앱 1·2위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간 합병에 부정적 견해를 내비친 터라 잔여 합병심사에서도 이와 유사한 입장을 견지할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상쇄하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업계에서는 각 업계의 특수성이 고려돼야 하는 만큼 배달앱 업계보다 다소 유리한 결과가 도출될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23일 각 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현재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결합심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7월 승인신청서가 제출됐고, 내년 초 합병여부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결정으로 결합심사가 예정된 상태며,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의 인수적격자로 판가름 날 경우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의 합병심사도 불가피하다.

앞서 공정위는 요기요 운영사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의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인수와 관련해 현재 보유 중인 요기요를 매각해야 합병이 가능하다는 내부 방침을 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조건부 승인이 갖는 의미는 결과적으로 두 회사의 합병을 불허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양사 점유율이 90%을 상회하는 만큼 파장이 크다는 이유였다.

조성욱 공정거래워위원장은 지난 20일 ‘신산업 분야의 경쟁 제한적 인수·합병(MA&)과 대응방안’이란 주제로 공정위와 한국법경제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온라인 학술토론회에서 “기업간 M&A가 경제 전반에 부정적 효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배달의민족·요기요 결합심사와 관련해 의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자연스레 이번 판결이 빅딜을 추진 중인 조선·항공업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내비쳤다. 각각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의 결합심사가 진행 중이거나 예고된 상태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요기요 심사 때와 마찬가지로 과도한 시장점유율에 따른 독과점을 우려한다는 잣대를 가할 경우 이들의 심사결과 역시 높은 우려를 살 수 있기에서다.

그럼에도 두 업계 모두 배달의민족·요기요와는 다른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 입을 모았다. 각 업계의 특성이 반영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총 6개국의 심사대상국 모두의 동의를 얻어내야 하는 두 회사 합병은 카자흐스탄·싱가포르 등만이 승인을 내린 상태며 유럽연합(EU)를 비롯해 한·중·일 3국의 심사가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선주들사가 집중된 EU와 경제적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 심사는 비교적 난항이 예상됐으나, 공정위에서는 긍정적 결론을 얻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게 사실”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밝힌 합병이었으며,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공정위원장 재임시절 두 회사 합병과 관련해 호의적인 견해를 내비치기도 했다”고 답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도 “조선업 빅딜은 물론 이번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건의 경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주도로 진행되는 빅딜”이라면서 “발표되기 이전부터 청와대를 비롯해 관계부처들 간 교감을 나눈 뒤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며, 설사 공정위가 이번 합병을 사전에 몰랐다 하더라도 정부가 추진하는 ‘국책성 빅딜’을 공정위가 반대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라 해석했다.

이어 “배달의민족·요기요의 경우 과점이 아닌 명실상부 독점적인 시장지위가 예상되고, 소상공인들과 소비자들의 비용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에 대해 높은 우려를 사고 있는 것”이라면서 “전형적인 B2B 분야인 조선업계와 비록 유이한 국적항공사라곤 하나 인천공항 슬롯 점유율이 40%에도 못 미칠 만큼 외항사들과 경쟁해야 하는 항공빅딜과 성격이 다르다”고 부연했다.

결과적으로 규모는 상이하지만 각 업계의 1·2위 업체들의 합병임에도 시장의 성격과 상황 등에 발맞춰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또한, 배달앱 시장과 달리 국가 기간산업인 조선·항공분야의 경우 정책적 빅딜 성격이 지대한 탓에 공정위 홀로 반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주를 이루는 모양새였다.

지난 1999년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할 당시에도 독과점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 합병이후 두 회사는 국내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보인다. IMF사태 직후 정부 주도의 산업재편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회생불가능하다고 판단된 기아차를 현대차에 인수시키는 것이 산업경쟁력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공정위는 두 회사의 합병을 승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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