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19일 최종판결 12월 16일 연기 발표···이유는 밝히지 않아
연기 이유 따라 희비 엇갈릴 듯···단순 연기 시 메디톡스, 예비판결 재검토시 대웅 유리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제약업계 관심이 집중됐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분쟁에 대한 판결이 연기됐다. ITC는 연기 이유를 밝히지 않아 다음 달에야 일부 확인이 가능할 전망이다. 만약 단순 이유로 연기됐다면 예비판결에서 승리를 거둔 메디톡스가 유리할 전망이다. 반면 ITC가 만약 예비판결을 신중하게 재검토 하고 있다면 대웅제약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ITC는 당초 19일(현지시간)로 예정했던 최종판결일을 오는 12월 16일로 연기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ITC는 한국 시간으로 20일 오전 7시 경 홈페이지를 통해 연기를 공지했다. 단, 연기 배경이나 이유는 발표하지 않았다. 앞서 ITC는 한 차례 최종판결을 연기한 바 있다. 당초 최종판결은 이달 6일(현지시간)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이달 19일로 미뤘다.
현재로선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사운을 걸고 진행했던 이번 소송 결과가 두 번의 연기를 거쳐 오는 12월 16일 발표될 전망이다. 두 업체는 ‘보톡스’로 지칭되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 원료인 보툴리눔 균주 출처를 두고 갈등을 벌이며 소송을 진행해왔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과 ‘나보타’를 각각 보유한 상태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 균주와 제조공정 기술문서 등을 훔쳐 갔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1월 ITC에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공식 제소한 바 있다.
이번 연기 배경은 한 달 후 최종판결 결과와도 연결돼 있다는 분석이다. 일단 메디톡스에 유리하다는 관측을 분석하면, 예비판결 결과를 근거로 한다. ITC는 지난 7월 메디톡스에 유리한 예비판결을 했다. 당시 ITC 행정판사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보고, 나보타를 10년간 수입 금지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메디톡스는 ITC가 예비판결 결과를 최종판결에서 뒤집은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번 최종판결 연기에 대해서도 메디톡스는 일정만 연기됐을 뿐 지난 7월 예비판결 결과가 유지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최종판결)일정만 연기된 것일 뿐 변경된 것은 전혀 없다”며 “과학적 증거로 예비판결이 내려진 만큼, 다음 달 최종판결에서 그 결정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ITC는 판결 결과와 연기 사유 등에 대해 엄격하게 통제하기 때문에 해당업체는 물론, 외부에서 구체적 내부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나 일정 등 단순한 이유로 이번 최종판결이 연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만약 이 추측이 맞다면 메디톡스에 유리한 상황으로 풀이된다.
반면 검토 사항이 적지 않아 최종판결을 연기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대웅제약은 그동안 ITC가 이달 5일(현지 시간) 메디톡스와 보툴리눔 톡신 소송과 관련, 지난 9월 21일 진행된 예비결정 재검토 투표 결과를 강조해왔다. 당시 투표 결과, ITC 위원회 소속 5명 위원이 모두 재검토에 동의했다. 대웅제약과 에볼루스가 지난 7월 예비판결 결과에 신청한 이의 제기를 만장일치로 수용, 예비결정 재검토를 승인한 것이다. 대웅제약 입장에선 메디톡스에 유리했던 예비판결 결과의 재검토는 희망을 걸 수 있는 부분이다.
이같은 예비판결 결과 재검토 결정에 이어 이번 최종판결 발표가 늦어진 것은 예비판결에 대한 심도 있는 재검토가 진행되고 있으며, 최종판결에서 뒤집을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물론 대웅제약 측이 주장하는 내용이다.
결국 ITC의 최종판결 발표 연기 이유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에 각각유리한 분석과 전망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업계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막판 타협 가능성도 제기했지만,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으로부터 제안이 없었다며 타협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감정이 악화됐기 때문에 다음 달 최종판결에서 패배한 업체는 인정하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누가 이기든 진 업체는 승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