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등 전국서 관심···“매수 문의에 밥 먹을 시간도 없어”
호가 급등에 전용 85㎡ 5억원 이하 매물 모습 감춰
“일산, 이미 15년 이내 아파트 강세···추가 반등 기대”

경기 일산 덕이동 일산하이파크시티1단지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5억원 발언 이후 매수 문의가 급증하는 등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은 일산하이파크시티1단지 전경 / 사진=길해성 기자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5억원’ 발언 이후 전국에서 문의가 오고 있다. 발언 다음 날에는 전화를 받느라 점심을 못 먹을 정도였다. 문의가 늘면서 성사된 거래도 꽤 있다. 김 장관의 발언 이슈가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이 된 듯하다.”

◇“5억원 발언 이후 전국서 문의 쇄도···홍보효과 톡톡”

지난 18일 찾은 경기 일산 덕이동 일산하이파크시티 단지 일대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주변 부동산 분위기를 이 같이 전했다. 실제로 방문하는 공인중개업소마다 집주인과 매수 문의자들이 걸어오는 전화를 응대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현지에선 김 장관의 ‘5억원’ 발언 이후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 집 마련 디딤돌 대출’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야당 의원과 입씨름을 벌였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10억원에 육박하는데, 5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 이용 가능한 현재 디딤돌 대출 기준이 너무 낮은 게 아니냐고 질의했다. 김 장관은 “(5억원 짜리 아파트가) 수도권에 있다. 저희 집(일산하이파크시티) 정도는 디딤돌 대출로 살 수 있다”고 받아쳤다. 서울 아파트를 기준으로 물어본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하며 논란이 됐다. 일산하이파크시티 입주민들 역시 본인들의 아파트가 저렴한 아파트로 표현됐다며 규탄 성명까지 내는 등 크게 반발했다.

◇전용 85㎡ 보유 집주인들 호가 조정···5억원대 매물 모습 감춰

하지만 논란은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현미 장관이 거주하는 일산하이파크시티가 전국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주변 부동산까지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디딤돌 대출 대상 면적인 전용면적 85㎡ 이하·5억원대 아파트들은 모습을 감췄다. 김 장관의 발언 이후 매수 문의가 늘면서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산하이파크시티1단지 전용 84.99㎡는 지난 5일 4억4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이후 지난주까지만 해도 4억8000만원이었던 호가는 최근 2000만원 상승한 5억원에 형성돼 있다. 입지가 좋은 동에선 6억원대 매물까지 등장했다. 

인근 일산하이파크시티4단지 전용 84㎡ 역시 지난 11일 4억8500만원에 실거래됐지만, 현재 호가는 5억1000만원선이다. 일산하이파크시티 4단지 내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김 장관 발언 이후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 조정에 나선 상황이다”며 “현재 일산에서 비슷한 면적·연식의 5억원 미만 아파트를 구하기는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미 올 초부터 상승세, 추가 반등 기대”

일대 아파트값은 올해부터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10~15년 이내 준공된 아파트가 강세다. 현재 서울과 일산을 잇는 대화역·주엽역·절반산역 등 지하철 3호선 라인에는 1기 신도시 조성시기인 1990년대 중반 지어진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오래된 아파트에 살던 실수요층이 비교적 연식이 짧은 아파트로 몰리고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김 장관이 거주하는 일산하이파크시티1단지(2011년 1월 입주) 전용 146.6㎡는 지난 2일 6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올 2월 실거래 가격이 5억원임을 감안하면 9개월 새 1억원 가량 상승한 금액이다. 주변 비슷한 연식의 단지들도 1년 동안 20~3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 주체를 살펴보면 경기도권 내 이동이 많다”며 “실수요층들이 연식이 짧은 아파트로 몰리고 있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진 중인 3호선 파주 연장선에 3호선 ‘덕이역’(가칭)이 신설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일산하이파크시티의 경우 분양가 회복도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일산하이파크시티는 1·5단지 아이파크와 2·3·4단지 신동아 파밀리에, 5개 단지가 모여 5000가구 규모 대단지를 이루고 있다. 분양 시기는 2011년이지만 미입주 세대가 적지 않아 그동안 30~40% 할인 분양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 3기 신도시 발표 이후에는 할인 분양가 이하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들어 가격이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김 장관이 거주하는 일산하이파크시티1단지 전용 146㎡의 경우 현재 3.3㎡당 시세는 1200만원 중반대로 분양 당시 가격인 1500만원에 아직 못 미치는 수준이다. 

1단지 인근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6·17부동산대책 이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기는 했지만 실수요층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고, 일산하이파크시티1단지 전용 84㎡의 경우 분양가 수준을 회복했다”며 “부산에서도 투자 문의가 올 정도로 전국적인 관심이 높고, 서울과 근접한 저평가 지역으로 평가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거래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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