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까지 서울서 8900가구 공급, 전세난 해갈에 역부족 우려도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정부가 극심한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 19일 서민, 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내놓았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정부가 19년 만의 최악의 전세수급 불균형 타개를 위해 앞으로 2년간 전국에 11만4000가구의 전세형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대책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시기적으로 유의미하다는 진단도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실효성이 낮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특히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은 서울에 공급되는 전세형 주택 물량이 내년 상반기까지 8900가구에 그쳐 현재의 극심한 전세난 해갈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주로 공급하는 주택의 형태가 시장에서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형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전국 4만9000가구, 수도권 2만4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서울의 물량은 8900가구다. 이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3개월 이상 공실로 보유중인 공공임대를 푸는 방법 ▲민간건설사가 새로 지은 주택을 LH가 매입해 공공임대로 활용하는 신축매입 약정 등의 방안을 활용하게 된다.

◇“시장이 원하는 주거형태 아닌데다, 주택 총량 증가도 미미”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정부의 처방과 대응이 현 시장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세대, 다가구를 공공기관이 매입해 전세물량을 늘리는 건 대책 없이 가만히 둬도 공급되는 물량이기 때문에 실제로 총 공급이 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역시 “매입임대는 기존에 있던 주택을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택의 총량이 증가하는 게 아니다”라며 “전세물량을 늘리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같은 맥락에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형태가 아니라는 점에서 실효성이 낮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정부가 다가구·다세대 물량을 대거 확보해 공급하더라도 수도권의 교육환경이나 교통이 우수한 곳의 아파트의 전월세 수요층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그는 “전세 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 유형은 아파트인데 정부가 매입해 임대하겠다는 곳은 다세대다. 또 상업시설을 리모델링 해 공급하겠다는 방안은 4인가구가 살기에 적당하지 않은 주거형태”라고 꼬집었다. 권대중 교수 역시 “현재 전세난은 방 2~3개가 있는 주택 물량이 없어서 빚어졌다”며 “호텔을 개조해 공급하는 건 1인 가구용 원룸에 불과하다. 진단이 잘못돼 처방도 잘못됐다. 심지어 서울시에서도 이와 유사한 정책을 시행했지만 월세와 관리비 등 부담이 적지 않고 주거 여건 등 문제로 상당수가 공실”이라고 비판했다.

시장에서는 전세 계약이 될 때마다 같은 조건의 집이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 대로 높은 값에 계약이 성사되는데, 내년 상반기까지 서울에서 공급되는 물량은 지나치게 적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영한 국토부 주택정책관 국장은 질의응답을 통해 “상반기 8900가구 공급은 곧바로 낼 수 있는 가용 물량이다. 12월부터 입주자 모집에 들어갈 계획이기 때문에 시장 불안 심리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전세형태의 집중공급 자체는 의미 있어”

반면 향후 2년 간 전세형태의 집중공급 자체는 현재의 수급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수급불균형이 극심한 전세시장의 안정을 위해 전세유형의 주택을 집중 공급하는 건 시기적으로 유의미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은 “계획과 실제 공급의 간극을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라며 “대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주택이 공급되는 지역과 물량, 속도 등 삼박자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남구 대치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주택 물량이 너무 없다 보니 일시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고민한 것 같다. 대치동, 도곡동과 같은 학군수요가 몰리는 지역은 신축 아파트가 거의 없다보니 다가구 물량도 매우 귀하다. 전세시장에는 다소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