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온라인 전환 속 남겨진 ‘오프라인의 존재들’

[시사저널e=박지호 기자] 올해 유통업계 화두는 온라인이다. 코로나19로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유통업계에 ‘온라인 전환’은 상황 반전의 유일한 열쇳말로 여겨진다. 

당연한 변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에 따르면,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백화점, 대형마트, SSM, 편의점 등을 영위하는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추석의 힘을 빌린 결과다. 

그나마 대형마트와 편의점, SSM의 상황은 나은 형편이다. 백화점 매출의 추석 선물 세트 사전 예약제 등 명절 대목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6.2% 줄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 위기’가 업계의 만성적인 신음이 아닌 이유다. 이탓에 기존 유통업체는 물론 화장품, 식품업계까지 자사 온라인몰을 강화하고 입점 채널을 넓히는 등  온라인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빛이 있다면 그늘도 있다. 유통업계의 온라인 강화 기조는 오프라인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유통업계 국정감사 이슈 역시 이와 관련되어 있다. 올해 국감에서는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에이블씨앤씨 등 뷰티업체가 디지털 전환을 앞세우며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면서 오프라인 가맹점주들이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는 내용이 지적됐다. 이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가맹점과의 상생 협약을 체결했고, 조정열 에이블씨앤씨 대표도 상생 노력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언제나 말이 가장 쉽다. 내년 국감서 같은 이슈가 반복되지 않을지는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매출 감소에 이어 폐점 역시 가속화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현재 점포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대형마트, 슈퍼, 창고형 할인점이 그 대상이다. 홈플러스도 올해 들어 4개 점포에 대한 자산 유동화 작업을 확정했다. 점포의 폐점은 인력 구조조정의 불안을 낳는다. 업체들은 모두 구조조정은 없다는 방침이지만 현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실제 올해 99개 점포의 페점을 진행한 롯데쇼핑의 경우, 지난해 말 2만 5298명이었던 직원수는 올해 3분기 말 기준 1994명 줄어든 2만 3304명을 기록했다. 지난 9개월동안 약 2000명이 감원된 것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 바람이 불며 온라인으로의 주축 이동은 필연적인 일이 됐다. 다만 모두가 온라인으로 떠난 자리에는 사람이 남는다. 디지털 전환의 불가피성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한 뒷맛이 남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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