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전세난으로 매매시장으로 넘어온 수요층 증가, 집값 밀어올려
저금리 지속·공급부족·대체투자처 부재·전셋값 상승 등의 요인으로 당분간 오름세 이어질 듯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최근 3개월 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린 서울 주변부 아파트 값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 주택시장에서 전셋값 급등으로 인해 매매가격이 밀려 올라가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진 주변부 매맷값이 거래가뭄 속에서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신고가 기록을 쓰는 것이다.

1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중랑구 묵동 e편한세상화랑대 전용 84㎡는 지난달 중순 10억5000만 원에 거래되며 손바뀜이 성사됐다. 이 거래를 제외한 가장 마지막 거래는 7월에 있었는데, 그때는 9억5000만 원에 체결됐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3개월 간 거래가 얼어붙은 속에서도 직전 거래가격 대비 1억 원 높은 값의 신고가에 거래된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서울에서 비교적 집값이 저렴하다고 평가받는 자치구의 국민평형이 10억 원을 넘어섰다는 점도 상징적이다. 인근 면목동 용마산하늘채 84㎡도 지난달 중순 9억9900만 원에 주인이 바뀌며 10억 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한국감정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을 보면 2일 기준 서울 동북권(성동,광진,동대문,중랑,성북,강북,도봉,노원)의 매매상승률은 전주 대비 0.03%이었다. 이 가운데 중랑구가 0.08%의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며 동북권을 넘어 서울 전체 시세를 견인했다.

동북권은 아니지만 강서구 매매시장 분위기 역시 뜨겁긴 마찬가지다. 화곡동 강서힐스테이트는 국민평형보다도 작은 타입인 전용59㎡가 지난달 중순 10억5500만 원에 매매됐다. 해당 단지 역시 7월에는 8억8000만 원에 계약이 체결됐지만 불과 석 달 사이 20%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성북구에서도 동일 평형이 10억 원을 돌파했다. 길음동 길음뉴타운래미안8단지 59㎡가 지난달 중순 10억 원에 거래됐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서울 주변부에서 국민평형은 물론 소형평형까지 10억 원을 넘기는 사례가 빈번해 진 원인을 전셋값 급등에서 찾는다. 전세보증금이 단기간에 지나치게 높아져 버렸고, 돈을 마련해도 전셋집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자 전세수요층이 차라리 외곽에 집을 매수하고자 매매시장으로 유입된 영향이라는 것이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이후인 8월 3일부터 이달 2일 사이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1.28% 올랐다.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 0.17%의 10배 가까운 수치다. 문제는 10배 높아져버린 전세값이 이제는 매매가격을 떠받히는 수준을 넘어 밀어 올려준다는 점이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전세수급 불안으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가 중저가 주택 매수로 전환한 것이 중소형 집값을 끌어올리는 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세난에 숨통을 틔워 줄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마저 계속 줄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의 입주물량은 2만6940가구로 올해(4만8758가구)보다 44.7%나 급감한다.

업계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당분간 심심치 않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세제규제를 강화하더라도 아직까진 집주인들의 매도 움직임이 투매 상황이 아닌 데다 저금리 지속, 공급부족, 대체투자처 부재, 전셋값 상승 등으로 부동산 투자심리가 살아있다고 판단해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중저가 아파트는 대출 측면에서 고가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며 “전세를 구하기 어려운 수요자 역시 매매로 돌아서는 경우도 있고 무주택자의 수요도 있어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중저가 아파트들의 키맞추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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