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이달 중 실손보험 개편안 확정···보험료 차등화 도입
“새 실손보험 갈아탈 가능성 적어”···실효성 우려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손해율이 100%를 넘어서면서 보험료 제도 개편 필요성이 대두됐던 실손의료손해보험이 보험금 청구액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는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개편된다.
4세대 실손보험 도입으로 보험업계는 보험사의 부담이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보험료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소비자들이 새로운 실손보험으로 갈아타기를 꺼리면서 개편안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 금융위, 이달 중 실손보험 개편안 확정···내년 4월 보험료 차등제 도입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실손보험 개편안의 큰 틀을 확정하고 세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개편안은 소비자마다 ‘개별 적정요율’을 부과해 의료이용이 많은 가입자일수록 보험료를 더 많이 내도록 하는 ‘보험료 차등제’를 골자로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보험료 할증 범위 등 세부 내용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개정된 실손보험은 약관개정 등을 거쳐 내년 4월에 출시될 예정이다.
보험료 차등제는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급증하면서 보험업계에서 꾸준히 도입 필요성을 주장해온 제도다. 앞서 지난해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는 실손보험 보험료 차등제 도입 추진을 위해 외부 전문기관에 연구용역을 의뢰하기도 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실제로 실손보험의 위험손해율은 지난해 말 134.6%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올 상반기에도 손해율이 132.0%에 달하면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손해율은 보험료 수입에서 보험금 지급액 등 손해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손해율이 100%를 넘어서면 보험사는 벌어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이 더 커져 적자를 보게 된다.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급등한 배경에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문케어) 도입 이후 건강보험 급여가 확대되면서 비급여 항목 진료비가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병원의 과잉 진료 및 일부 보험 가입자들의 부정수급 등 도덕적 해이 문제가 불거지면서 손해율은 계속해서 상승하는 추세다. 손해율이 막심하다 보니 실손보험을 취급했던 보험사 전체 19곳 가운데 11개사가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 보험업계 “보험료 차등제 도입 환영”···일각에선 가입률 저조 우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의 보험료 차등제 도입을 대체로 반기는 모습이다. 가입자의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화하면 보험금 청구 금액이 많은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더 많이 내도록 해 손해율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의 90% 이상이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거나 소액만 청구했다”며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의 주요 원인은 일부 가입자들의 과잉진료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험료 차등제가 도입되면 보험금 청구가 많은 가입자에게는 보험료를 할증하고 청구가 적은 가입자는 보험료를 할인해주면서 소비자 형평성을 맞춤과 동시에 실손보험의 높은 손해율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새롭게 도입될 4세대 실손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가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실손보험이 개편될 때마다 과거 실손보험이 더 좋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실손·표준화실손 가입자 비중은 전체 가입자의 80.9%에 달하는 반면 가장 최근 도입된 ‘착한실손보험’은 보험료 절감 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출시된 실손보험 상품보다 가입률이 낮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민의 절반 이상이 기존 실손보험에 가입된 상태라 새롭게 개편될 4세대 실손보험에 신규 가입자가 크게 유입될지 모르겠다”며 “손해율 개선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가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는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보험은 옛날 상품이 좋다는 인식이 강하다보니 신규 가입자가 많이 늘어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