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태영·아이에스동서 환경사업 역량 강화
친환경, 미국 대선 이후 전 세계 화두로 떠올라
文 정부, 그린뉴딜 탄력···폐기물 처리량 늘어날 듯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친환경’이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환경사업에 일찌감치 뛰어든 중견 건설사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아이에스동서, 동부건설, 태영건설 등 중견사들은 그동안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국내 폐기물 처리 업체를 잇따라 인수하며 시장을 선점해 왔다. 폐기물 처리 시장이 성장세에 따라 실적도 개선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최근 친환경 정책을 강조한 조 바이든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환경사업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 업계에선 글로벌 경제가 친환경 기조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견사들의 움직임은 더욱 바빠질 전망이다.
◇아이에스동서, 폐기물 업체 M&A에 4000억원 투자···동부·태영 몸집 키우기 활발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아이에스동서는 공격적인 M&A를 통해 환경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2017년 건설폐기물 중간처리 1위 업체인 ‘인선이엔티’ 지분 투자를 시작으로 환경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지분을 차례로 확보하면서 지난해 인선이엔티의 대주주로 올라섰다. 올해 6월에는 환경 관련 전문 사모펀드인 이앤에프PE와 컨소시엄을 결성해 몸값만 5000억원에 달하는 영남지역 최대 폐기물 소각·매립업체 ‘코엔텍’과 ‘새한환경’을 품에 안았다.
이어 9월에는 자회사 인선이엔티를 통해 건설 폐기물 처리 업체인 ‘영흥산업환경’과 ‘파주비앤알’을 인수하며 환경사업 확장을 이어갔다. 앞서 올초에는 코오롱그룹의 환경 관리 계열사였던 코오롱환경에너지를 약 5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아이에스동서가 현재까지 M&A에 투자한 금액은 4000억원(5건)에 달한다.
동부건설도 환경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건설폐기물 시장에 진출했다. 동부건설은 지난해 건설폐기물 중간처리 업체인 WIK-용신환경개발 4개사(WIK중부·WIK환경·WIK경기·용신환경개발)를 820억원에 인수했다. WIK-용신환경개발은 국내 최대 규모의 건설폐기물 처리업체로 업계 실적 1위로 알려졌다. 지난 4월엔 플랜트 사업 부문에 속해있던 소각운영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동부엔텍’을 신설하고 폐기물 처리사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동부엔텍은 공공소각 부문에서 업계 2위 수준으로 수익성이 높은 회사로 알려져 있다.
태영건설 역시 지난해부터 자회사인 폐기물 처리업체 TSK코퍼레이션의 몸집을 키워왔다. 태영건설은 2004년 자회사 TSK코퍼레이션을 설립해 환경사업을 시작했다. TSK코퍼레이션은 지난해 10월 폐기물 처리업체 ‘디에스프리텍’을 인수하고, 베트남 최대 환경기업인 ‘비와세(BIWASE)’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동남아 진출을 모색 중이다.
◇“고마진에 경기 영향 없어, 안정적인 캐시카우 기대”
중견사들이 폐기물 사업에 잇달아 뛰어드는 이유는 해당 사업의 잠재력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가 환경 규제의 일환으로 생산자에 폐기물 발생을 줄이도록 요구하면서 폐기물 처리 수요는 증가하는 추세다. 환경부의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폐기물 일평균 처리량은 26만톤으로, 2001년부터 연평균 3.2%씩 증가했다.
반면 소각 시설은 2013년 503개에서 2019년 400개로, 같은 기간 매립 시설은 292개에서 270개로 줄었다. 폐기물 배출량은 늘고 있지만 폐기물 처리 시설은 제한적이다 보니 처리 단가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고마진이 가능한데다 경기변동에도 민감하지 않아 안정적인 ‘캐시카우’(Cash Cow·수익 창출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폐기물 처리 시장규모는 지난해 17조원에서 2025년 24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바이든 당선, 문재인 정부 그린뉴딜 가속화···그린 산단 사업 수혜 예상
최근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의 당선은 중견사들의 환경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파리기후협약 재가입 ▲저탄소·친환경 사회 구축 ▲100% 청정에너지 경제 구축(탄소 순 배출량 ‘0’ 달성) 등 친환경 정책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역대급 예산인 2조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이 친환경 기조를 강하게 내비침에 따라 전 세계 국가들도 발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바이든 정부 출범에 맞춰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그린뉴딜을 경제성장의 중요한 한 축으로 선언하고 친환경 관련 산업 투자·육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린뉴딜은 스마트 그린도시, 스마트 그린산단, 공공시설 에너지제로화 등 10개 사업으로 이뤄졌다. 정부는 2025년까지 73조4000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내년 그린뉴딜 관련 예산을 8조원으로 편성했다.
폐기물 업체들이 주목하고 있는 그린뉴딜 사업은 스마트 그린 산단이다. 스마트 그린 산단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낙인이 찍혀있는 산업단지를 친환경 설비와 IT(정보기술) 인프라 등을 통해 고효율·저오염 등 친환경적인 제조공간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산업단지를 친환경으로 만들려면 무엇보다 공장에서 배출되는 폐기물과 오염물질을 적절히 처리하는 게 중요한 만큼 폐기물 처리 업체들의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스마트 그린 산단 사업에는 약 4조원의 정부·민간 자금이 투입될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린 산단뿐만 아니라 다양한 그린뉴딜 사업에서 폐기물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울러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기업들도 폐기물 처리에 신경 쓰고 있는 만큼 관련 업체들의 움직임도 더욱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