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 올해 저축성예금 17조원 빠져나가
저축성금리 0%대로 떨어지자 은행 적금 외면하는 고객 늘어난 영향
은행마다 고금리 적금 상품 ‘미끼’로 고객 유치 中
[시사저널e=이용우 기자] 4대 시중은행의 저축성예금이 올해 들어서 17조원이나 사라졌다. 주요 은행들의 저축성예금 금리가 0%대가 되면서 고객들이 더 이상 은행에 돈을 맡겨두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 은행들이 미끼 상품으로 높은 금리를 주는 적금 상품을 잇따라 내놓는 것도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자금을 잡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4대 시중은행 저축성예금액 16조9600억원 사라져
10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3분기 말 기준 저축성예금 총액은 530조5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6조9600억원(3.1%) 감소했다. 2019년 3분기에 저축성예금이 같은 기간 37조원(7.4%) 증가한 것과 비교해 올해 저축성예금 감소 규모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은행 별로 보면 국민은행을 제외하고 나머지 은행들의 저축성예금 잔액이 감소했다. 국민은행의 저축성예금은 153조원으로 지난 9개월 동안 0.1% 증가했다. 신한은행의 저축성예금은 같은 기간 2.9% 줄어든 127조4800억원, 하나은행은 5.1% 감소한 126조5800억원, 우리은행도 5% 줄어든 123조43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4대 은행의 저축성예금은 올해 들어 상반기까지 5조원가량 줄었는데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감소 속도가 더 빨라진 상황이다.
은행들은 이런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은행들이 고객에게 저축성 수신금리로 연 1%대 이자도 주기 어려워진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은행의 예금금리는 지난 7월 초 사상 처음으로 0%대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중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0.88%로 집계됐다. 7월(0.82%) 이후 계속 0%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다 지난 8월 이후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신규 상장 공모주 청약 등 주식 시장에 자금이 몰리면서 은행의 저축성예금 감소를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은 고금리 미끼 상품 내놓으며 고객 잡기 혈안
기준금리 인하 영향에 저축성예금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자 은행들은 높은 금리를 주는 특판 행사를 연달아 진행하며 고객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나은행은 최근 삼성카드와 제휴를 맺고 최대 연 12% 적금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하나 일리있는 적금’을 출시했다. 고금리 상품이지만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은 간단하게 만들었다. 최근 6개월간 삼성카드 이용실적이 없는 고객이 ‘삼성아멕스블루카드’로 매월 1만원이상 사용하거나 3개월이상 누적 사용금액이 30만원을 넘으면 연 12% 금리를 제공받을 수 있다. 월 납입액은 10만원, 가입기간은 1년이다. 하나은행은 선착순 5만명을 대상으로 한시 판매한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0만 계좌 한도로 출시한 ‘우리 200일 적금’이 출시 6주 만에 판매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 적금이 완판되면서 우리은행은 10만 계좌를 추가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적금 이율은 최대 2.3%다. 기본금리 1.0%에 우대금리 1.3%포인트를 제공한다. 우대금리는 적금 가입 유지에 따라 달라진다. 적금을 100일까지 유지하면 우대금리가 0.4%포인트 늘고, 200일까지 유지하면 0.4%포인트, 우리은행 오픈뱅킹에 타행계좌를 등록하고 유지하면 0.5%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이 외에 국민은행의 ‘더주는리브M적금’과 씨티은행의 ‘씨티더드림적금’은 최고 연 10%의 금리를 주는 상품이다. 기본으로 제공하는 연 이자율은 0~1%대에 그치지만 상품의 우대 금리 조건을 채우면 최고 연 10%의 금리를 받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적금 상품에 우대 조건이 있지만 고금리를 받으려는 고객들의 관심이 높다”며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이와 유사한 상품들을 계속 만들 것으로 보인다”고 서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