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물동량 줄인 선사들···“예상과 달리 ‘비대면 소비’ 늘며 물동량 급증”
컨테이너 부족사태 접어들자 항공기로 눈길돌린 수출업자···항공운임도 증가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해상운임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해운업계뿐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발발 이후 부침을 겪었던 항공·조선업계가 모처럼만에 미소 짓게 됐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상운송 운임가격을 가늠할 수 있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 6일 기준(최신 집계치) 1665.56을 기록했다. 전주대비 134.67p 상승한 수치다. 이전 최고치는 2010년 7월 1583.18이다. 국내 해운사들이 집중하고 있는 북미·유럽항로를 중심으로 운임비용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란 반응이다.

대표 수혜기업은 HMM(구·현대상선)이다. HMM은 올 4월부터 9월까지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아시아-유럽 항로에 순차적으로 투입시켰다. 한국에서 출항한 해당 선박이 유럽을 거쳐 재차 한국에 오기까지 12주가 소요된다. 12척이 투입됨에 따라 글로벌 핵심 항로에 주 1회 서비스가 가능해지게 된 셈이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순차적 투입 시기와 해운운임 인상이 맞물려 더 큰 실익을 얻게 됐다. 올 초 코로나19가 확대되면서 주요 해운사들은 물동량 감소를 우려해 운송 가능량(선복량)을 감소시켰다. 같은 기간 HMM은 선복량이 80% 증가하면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번 해상운송 급등을 두고 “코로나19에 따른 일종의 풍선효과”라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전체적인 수요가 급감하면서 자연스레 물동량 역시 줄어들 것으로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외출·여향 등의 제약으로 생긴 금전적 여유자금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이 ‘언택트 소비’에 적극 나서면서 물동량이 증가하고, 이 같은 운송수요 회복세를 주요 해운사들의 선복량 회복이 못 따라가게 되면서 해상운임이 올랐다”고 소개했다.

컨테이너가 부족한 현상이 발발하고, 해운운임 상승으로 항공물류와 비용격차가 줄어들면서 심리적 부담이 낮아짐에 따라 항공기를 이용해 수출에 나선 업체들이 늘어나게 됐다. 자연스럽게 항공운임 비용도 상승했고, 여객수요 급감으로 시름하던 대한항공 등 항공사들의 실익도 개선될 수 있었다. 특히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주도아래 기존 여객기를 개조해 화물을 실어 나르는 시점과 맞아 떨어져 일부 실적회복의 견인차가 됐다.

이 같은 추세가 가속됨에 따라 글로벌 선사들도 속속 물동량을 늘리는 데 혈안이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들의 특수는 빨라도 내년 초까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게 유관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중국의 ‘광군제’ 등 글로벌 유통가가 특수를 노리는 연말 소비촉진 시즌이 이달 말부터 본격화되고, 이른바 ‘직구’의 활성화로 해외상품의 구매와 실수령에 이르기까지 시차가 발생하는 만큼 실익역시 지속될 요량이다.

한편, 조선업계 역시 이번 특수의 수혜를 입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물동량 증가와 운임비 상승으로 주요 선사들이 늦춰 온 선박발주를 감행할 경우 수주실적 개선에 청신호가 켜지기 때문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언택트 소비 증가로 물동량이 늘어난다는 데 의의가 크다”면서 “코로나19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 주요 선사들의 선박주문도 개선될 것으로 점쳐진다”고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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