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친환경차 확대 외쳤지만 미국 일자리 창출 목적 커···전기차 보조금도 현지 생산차종 한정할 가능성도
현대차, 미국 내 생산 거점 구축 해야 하나 노조 반발 예상···“차라리 한국 집중이 나을 수 있어”
문재인 정부, 2025년까지 전기차 113만대 보급 목표···가격도 내연기관 수준으로 낮춰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현대자동차는 한국과 미국 중 어느 곳에 집중할지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미국 수출과 한국 판매를 동시에 늘리는 것이 최선이지만, 바이든 당선인이 전기차 사업과 관련해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강조한 만큼 현대차 수출이 급증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에선 오히려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 주력하기보다 국내 시장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문재인 정부가 내년부터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의 보급 확대를 약속한 만큼, 당장에는 내수 판매에 힘쓰면서 추후 미국 수출까지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10일 바이든 행정부 인수위 홈페이지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자동차 부품, 소재,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등 미국내 자동차 산업 관련 100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후보 공약을 살펴보면 전기차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단순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닌, 미국 내 새로운 일자리 확충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현지에서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면서 신규 일자리 확보 효과도 누리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바이든 당선인이 친환경차를 중시한다고 하더라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전기차 구매 보조금 대상도 미국내 생산 차종으로 한정 지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미국내 앨라배마 공장, 조지아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나, 전기차는 생산하지 않고 있다. 전기차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방식이다.
미국 내 전기차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는 현지 전기차 생산거점을 구축하는 것이 최선이나, 노동조합의 반발이 예상된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동결에 합의하며, 친환경차 시대로의 전환 속에 고용안정 보장을 요구한 바 있다. 여기에 기아차 노조는 친환경차 부품 생산을 자사 공장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 현대차가 미국 내 전기차 생산라인을 갖추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까지 미국 전기차 사업 전략에 대해 정해진 바는 없다”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이후 여러 부처에서 전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대차가 노조 반발을 무릅쓰고 미국 내 거점을 갖추기보다는 우선 국내 시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이 크다. 여기에 현 정부도 전기차 확대와 관련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달 30일 현대차 울산 공장에 방문해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 113만대, 수소차 20만대를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재 전기차 보급에 가장 문제가 되는 충전소도 대대적으로 확충하겠다고 약속했다. 전기차 충전 시설 의무설치 비율을 현행 0.5%에서 2022년 5%로 높이고 기존 건물에도 2% 설치 의무를 부과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충전시설 50만기 이상을 구축한다.
특히 전기차 가격은 2025년까지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인하할 계획이다.
현대차 입장에선 100만대 전기차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아직까지 국내 전기차 시장은 누적 보급대수 기준 12만대 수준에 불과하다. 그동안 현대차는 코나·니로·쏘울EV 등을 판매했지만, 기존 내연기관차에 엔진을 없애고 전기 배터리를 추가한 방식이라 완성도가 떨어져 판매도 지지부진했다.
여기에 올해 테슬라 모델3가 흥행하면서 전기차 안방시장을 테슬라에게 내주게 됐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승용차 판매는 1만6359대를 기록했으며 테슬라(7080대)는 점유율 43.3%를 차지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전용 플랫폼을 탑재한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차 CV(프로젝트명), 제네시스 JW 등이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 상황이 반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환경부가 내년 전기차 보조금 관련해 고가 차량에 대해 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현대차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상한제로 테슬라에 대한 보조금이 줄어들 경우, 미국도 현대차에게 호의적으로 나올 가능성은 낮다”며 “현대차 입장에선 불안요소가 많은 미국 시장보다는 당분간 한국시장에서 판매를 늘리며 수익을 개선하고, 추후 미국 수출을 확대하는 편이 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