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준 한국외대 교수 “온라인 분쟁해결 제도 도입해야”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콘텐츠 소비와 분쟁조정 건수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분쟁해결을 위해 ‘온라인 분쟁해결 제도(ODR)’ 도입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등은 6일 서울 중구 CKL기업지원센터에서 ‘2020 콘텐츠 분쟁조정 포럼’을 열고 콘텐츠 분쟁해결 기능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뉴노멀 시대 콘텐츠 이용과 분쟁’을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선 이병준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로 넷플릭스와 같은 구독형 콘텐츠 서비스 이용 계약이 주를 이루게 될 것”이라며 “특히 최근 온라인 콘텐츠 소비가 늘어나는 만큼 콘텐츠산업 주체들 간 분쟁도 급증했다”고 진단했다.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누적 콘텐츠 분쟁조정 사건유형과 부문별 접수 건수는 약 1만2700건으로, 지난해(약 6600건) 대비 2배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다.
이 교수는 “현재 국내 시장에서 상품 및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는 아마존,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해외사업자들에게 국내법을 지킬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로 국제사법 제27조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모든 국가에 있는 법이 아니기 때문에 적용되는 법이 다름에 따른 문제가 있다. 특히 미국 사업자들에겐 적용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해외 콘텐츠 사업자와 분쟁이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국제 분쟁해결에 있어 기준이 되는 법규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ODR 도입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형평의 논리에 따라 분쟁을 조정하는 것이 ODR 모델”이라고 주장했다.
ODR은 법적 소송이 아닌 조정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인 ‘대체적 분쟁해결 제도(ADR)’를 온라인으로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분쟁해결을 위한 당사자 간 의사소통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ODR 제도를 도입하면 소송 절차를 간소화하고 시·공간 제약을 극복함으로써 비용과 소요시간은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
이날 ‘콘텐츠 분쟁해결을 위한 조정기능 강화 사례와 방향’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손승우 중앙대학교 산업보안학과 교수도 “코로나19 발생 이후 사회 전반적으로 비대면 활동이 보편화됐다. 분쟁해결을 위한 ODR 방식의 도입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 같은 리걸테크(법과 IT의 결합)가 미국, 유럽 등에서 확산하며 분쟁해결 방식에도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ODR을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곳은 중국이다. 전자상거래 분쟁을 온라인으로 해결해 효율성을 높였다. 중국 시장감독관리부문은 3564개 기업에 ODR 채널 개설을 허가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나서고 있다. 지난 2018년 기준 전국 ODR 업체로 4만9051건이 접수됐으며, 조정 성공률은 50% 이상이다. 미국도 현재 17개 주가 ODR을 이용하고 있으며 점차 확대되고 있다.
기업 간 콘텐츠분쟁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기업 간 콘텐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콘텐츠 ‘제3자 결정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구속력을 부여해 그 유효성에 대해 법원이 판단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손 교수는 “대부분 콘텐츠 분쟁은 소액거래로, 전통적인 분쟁해결방식으로는 신속한 구제가 어려우므로 구속력 있는 중재 판정이 이용자에게 유리하다”며 “그러나 중재제도는 이용자 재판청구권이 상실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중재나 중재판정 대신 사전합의나 계약으로 콘텐츠 기술전문 분쟁에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제3자(전문가) 결정제도를 콘텐츠 분쟁해결 분야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