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재직자 "재택근무 효율적" 스타트업 재직자 "사무실근무와 효율성 비슷"답변···재택근무 어려움은 달라
VC업계 “국내 VC 100개사 펀딩 준비 중···내년 벤처투자 늘어날 것”전망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시사저널e=차여경 기자] 올해 스타트업 생태계는 격동의 한 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스타트업들이 ‘재택근무’라는 근로환경을 도입한 지 10개월이 지났다.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올해 벤처투자 감소와 인력 채용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생태계에 71.3점을 줬다.

3일 오픈서베이와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표한 스타트업리포트2020에 따르면 올해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에 대한 인식은 71점으로 주춤했다. 스타트업 생태계 점수는 재작년 68점, 작년 73점으로 증가하는 추세였다. 특히 창업 1년차 미만에서 점수 하락폭이 4.5점으로 가장 커 은 초창기 창업자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생태계를 부정적으로 인식한 창업자들은 ‘벤처캐피털의 미온적인 지원’을 원인으로 가장 많이 꼽았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대기업과 스타트업 모두 재택근무를 실시했다. 재택근무의 종류로는 전원 재택근무, 격주 재택근무, 선택 재택근무 등이 있었다. 재택근무에 대한 선호가 뚜렷했던 대기업 재직자들과는 달리 스타트업 재직자들은 사무실 근무(37.7%)와 재택근무(37.0%)를 유사하게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 시 어려움은 대기업과 스타트업 재직자 차이가 컸다. 대기업 재직자 40.6%는 ‘대면실시간 보고 및 결재를 중시하는 기업문화’로 인해 재택근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변한 반면, 스타트업 재직자의 경우 19.6%만이 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스타트업 재직자는 소통과 가정환경 내 산만함을 재택근무 어려움으로 많이 꼽았다.

한편 창업자들은 현재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에 있어 가장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하는 점으로 ‘기반자금 확보/투자활성화(46.4%), 우수인력 확보(36.7%)’를 꼽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벤처투자가 감소하고, 인재 채용이 어려워졌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적극적인 정부기관과 기업, 가장 선호하는 VC, 액셀러레이터를 묻는 질문에서는 벤처 1세대 창업가, 기업들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스타트업 지원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을 묻는 설문에서는 네이버(28.9%)가 5년 연속 1위를 유지했으며, 카카오(21.1%)가 2위를 차지했다. 가장 선호하는 VC를 묻는 질문에는 알토스벤처스(20.5%)가 1위, 카카오벤처스(15.1%)가 2위로 급상승했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내년 스타트업 생태계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내년에 분위기가 더 좋아질 거라는 기대감은 57.8%로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다. 이유로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해를 거듭하며 성숙해지고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특히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등장하며 사회적인 인식이 좋아지고, 정부, VC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파트너가 다양해지고, 경험이 축적되었다는 점을 주목하는 창업자들이 많았다.

3일 서울 선릉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스타트업리포트2020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 김광현 고려대학교 교수,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조민희 로켓펀치 대표. / 사진=차여경 기자
3일 서울 선릉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스타트업리포트2020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 김광현 고려대학교 교수,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조민희 로켓펀치 대표. / 사진=차여경 기자

조민희 로켓펀치 대표는 “코로나 19 때문에 모험자본이 안정자본으로 바뀌고 있다. 스타트업들 체감 상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1990년대말, 2000년대 초반 경제위기가 왔을 때 창업한 스타트업들 중 혼란의 시기를 이겨낸 스타트업들이 오래 살아남았다. 오프라인 산업 타격이 큰데 창업자 입장에서는 (이 시기를) 기다리고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2월부터 6월까지 미팅이 잡히지 않았다.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는 위험을 감안하는 경우가 많아 (벤처투자 감소) 영향을 덜 받았다. 시리즈 A,B 단계 스타트업과 부동산, 살롱 등 오프라인 서비스가 타격을 입었다”라며 “오프라인 스타트업들은 단기적인 목표를 세우며 피봇(Pivot)을 하는 등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원래 벤처투자는 2~3월에 주춤하는데 코로나19가 와서 VC들이 보수적으로 변했다”라며 “투자자들의 심리가 놀란 것도 있지만, 자본 자체가 스타트업 초기와 후기에 몰렸다. 프리시리즈A, 시리즈A, 프리시리즈B 등 중간 단계 투자 자금이 말랐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내년 벤처투자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하지만 국내 VC들 150~200여개 중 올해 100개 이상이 LP로부터 자금을 받아 펀드를 만들었다. VC들이 연달아 펀딩을 마무리해 계획대로 투자를 진행하려 하고 있고, 정부가 뉴딜정책으로 또 자금을 풀었다. 특히 후기 스타트업 쪽으로 자금이 많이 풀렸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정 대표는 “또 밸류자본이 많아져 경쟁력이 치열해지고 있다. 후기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가 많이 올라온 상황이다. 자본은 뒤에서 앞으로 흐른다. 시리즈 A, B단계 스타트업들이 보릿고개를 버티면 내년부터는 투자 흐름이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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