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신한사태 이후 지주내 2인자 ‘전무’···비은행 부문 성장으로 부회장 필요성 증가

신한금융그룹/사진=연합뉴스
신한금융그룹/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다가오는 연말 인사를 통해 신한금융그룹의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2010년 신한사태 이후 지주사 내 2인자 자리를 따로 두지 않았던 신한금융이 새롭게 부회장직을 신설할 수도 있다는 예측들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부회장직 신설이 현실화될 경우 계열사 CEO들의 위상에도 일부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신한금융 측은 현재 부회장직 신설 관련 논의가 이뤄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연말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고 임기 만료를 앞둔 계열사 CEO에 대한 인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비롯해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 등 주요 계열사의 CEO들의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되지만 준수한 실적과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대부분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점쳐진다.

CEO들의 연임 여부보다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신한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편 여부다. 최근 업계 업계에서는 신한금융이 지주사 부회장직 신설을 추진할 것이라는 추측들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신한금융의 부회장직 신설을 다른 금융지주의 부회장직보다 조금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신한금융은 지난 2010년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 사이의 내분사태인 신한사태를 겪은 이후 금융지주 내 공식적인 2인자 자리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동우 전 회장과 조용병 현 회장 체제를 거치며 신한금융의 지배구조가 안정화되자 다시금 그룹 2인자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신한금융 내부에서는 부회자직을 두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최종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부회장직 신설의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그룹의 규모 확대와 비은행 계열사의 성장이다.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와 아시아신탁, 네오플럭스 등 연이은 M&A를 통해 신한금융의 규모가 커지고 업무 범위도 다양해짐에 따라 회장을 도와 그룹을 이끌 부회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3분기말 기준 신한금융의 자산 총액은 820조1909억원으로 이중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7.56%(308조933억원)에 달한다. 2017년 말(534조8673억원) 대비 전체 자산은 53.34% 증가했으며 비은행 부문 비중도 28.71%에서 8.85%포인트 늘어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신한금융이나 KB금융에 부회장직 신설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은행 외 분야의 성장이 가파르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은행장이 그룹의 2인자 역할까지 함께 수행하기에는 비은행 부문이 너무 가파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나금융의 경우 지주에 3명의 부회장을 두고 전문 분야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하나금융지주는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과 이은형 전 하나금융지주 부사장을 새롭게 지주 부회장에 선임하며 함영주 부회장과 함께 3인 부회장 체제를 이루도록 했다. 기업금융·투자금융에 전문성이 높은 이진국 부회장은 국내 사업을, 글로벌 부문의 역량이 뛰어난 이은형 부회장 국외 사업을 담당하도록 해 경영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그룹의 부회장직 신설은 차기 회장 후보군 관리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와 관련해 신한금융 측은 “현재 부회장직 신설과 관련해 아무 것도 논의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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