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AMC 인가 받는 운용사 올 들어 다수 나와
안정적인 현금 흐름 수요에 시장 확대 기대
시장 참여자 많아 차별화 필요하다는 의견도

사모펀드 사태 여파로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운용사들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사업에 뛰어들고 있어 주목된다. 저금리·저성장 시대 속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원하는 수요에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까닭이다. 다만 시장이 아직 충분히 커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 참여자들은 많아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현대자산운용은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겸영 인가를 취득했다. 현대자산운용은 지난 3월 무궁화신탁의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H리츠사업부문을 새롭게 조직한 뒤 리츠 사업을 위해 리츠AMC 인가를 추진해왔다. 

리츠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대출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회사나 투자신탁을 말한다. 리츠 AMC는 이 같은 공모 리츠를 운용하기 위해 필요한 자산관리회사다. 리츠 AMC를 인가받으려면 자본금 70억원 이상과 전문 운용 인력 5명 이상이 필요하다. 

올 들어 리츠 사업을 위해 AMC 인가를 취득한 자산운용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운용자산(AUM, 펀드+투자일임) 88조원 수준인 KB자산운용은 지난달 중순 리츠 AMC 겸영 인가를 받는데 성공했다. KTB자산운용도 올해 6월 리츠 AMC 인가를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리츠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그동안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나 자산신탁사가 리츠 시장에 많이 진출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종합 자산운용사의 리츠 사업 진출은 두드러진 모습이다.

리츠 시장에 운용사들이 적극 뛰어드는 배경에는 시장 확대 기대감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저금리와 저성장 기조가 길어지면서 시장금리보다 높은 수준의 배당으로 현금 흐름을 창출하려는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노령인구 증가도 이 같은 수요에 한몫하고 있다. 수탁고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운용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되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공모 리츠에 세제혜택을 주는 등 시장 확대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도 유인 요소다.

실제 국내 리츠 시장은 가파르게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리츠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리츠 수는 273개이며 자산총계는 57조3000억원 수준이다. 2017년만 하더라도 리츠 수는 193개였고 자산총계는 34조2000억원에 그쳤다. 리츠 수와 자산규모는 지난 2010년 이후 연간 기준으로 한 차례도 역성장을 하지 않았다.

사모펀드 사태 여파로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운용사들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사업에 뛰어들고 있어 주목된다. / 그래프=국토교통부 리츠정보시스템 캡처.
연간 기준.  / 그래프=국토교통부 리츠정보시스템 캡처.

다만 시장 파이 대비 리츠 사업에 뛰어드는 경쟁자가 많다는 점은 운용사 입장에서는 부담 요인이다. 리츠AMC는 자산운용사뿐만 아니라 건설사나 유통사, 금융기관 등도 요건만 갖추면 설립할 수 있다. 특히 부동산을 유동화 하거나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업종에서 리츠 사업을 저울질 하고 있다. 이날 기준으로 국토부 인가를 받은 리츠AMC는 34곳에 이른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로 간접투자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부동산 공모 펀드의 경우 완판 행진을 이어가는 등 여전히 관심이 많은 상태다. 리츠 수요 역시 이와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고 관련 사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시장 참여자들이 많아짐에 따라 더 좋은 상품을 만들고 차별화하는 데 공을 들여야 한다는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