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구역에 이어 압구정 심장부 3구역까지 조합설립 동의율 75% 채워
실거주2년 피하기 위해 속도전···설립 후에는 10년 보유 5년 실거주 매물 제외하곤 거래 금지돼 매물시세 상승 전망도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강남 재건축 심장부인 압구정동이 재건축 아파트 2년 실거주 의무 도입을 앞두고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지난 6·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아파트 중 올해 안에 조합설립을 신청하지 못한 단지 조합원은 2년을 실거주해야 입주권을 부여하기로 한 영향이다. 다음 세대나 돼야 재건축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압구정까지 잰걸음을 보이는 것에 업계는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다. 한편으로는 투기목적의 재건축 아파트 매입이 없어지길 바라는 차원에서 내놓은 정부 대책이 되레 기존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 속도만 높여주는 꼴이 됐을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집값 상승을 유도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압구정 특별계획3구역은 하루 전인 지난 2일을 기점으로 조합설립을 위한 최소요건인 주민 동의율 75%를 확보했다. 압구정3구역은 압구정 내에서도 중심에 있는데다 60평대 이상, 시세 50억 원을 훌쩍 넘는 고가주택이 밀집한 곳으로 고가지역의 노른자로 불린다. 소유주가 번거로운 이주 등의 작업을 거치는 걸 꺼리는 장년층 위주여서 재건축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굼떴다. 그러나 실거주2년에 발목 잡혀 추후 재건축 사업이 무기한 늘어질 것을 우려한 이들이 사업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압구정3구역에 앞서 4구역과 5구역은 이미 지난 9월 주민동의율 75%를 확보해 둔 상태다. 1구역도 75%로 요건충족을 코앞에 두고 있다. 2구역은 아직 70%에 못 미쳐 압구정 내 가장 동의율이 낮지만 7월 초부터 활동을 시작하며 최단 기간에 끌어올린 기록이 있다. 압구정이 달아오르며 이토록 속도를 낼 줄 누가 알았겠냐며 부동산 시장에서도 놀라는 모습이다. 다만 조합설립까지는 추정분담금 산정 및 구청승인, 조합장 선거, 설계업체 및 정비업체 선정 등 갈 길이 멀다. 또 전체 동의율은 높지만 생업에 제약을 받는 상가 측 동의율은 40%대로 낮다는 점은 한계로 꼽혀 약 2개월 남은 연말까지 쉼없이 달려야 한다.
압구정에 앞서 서초구 신반포2차는 재건축업계 스타인 한형기 신반포1차 조합장의 도움을 받아 추진위 설립 17년 만에 조합설립을 신청했고,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 역시 열흘 전인 지난달 24일 조합설립을 위한 총회를 마치며 실거주 2년 조항을 무난히 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반포, 개포에 이어 재건축 단지 가운데 가장 게걸음을 보인 압구정까지도 속도전에 가세하자 임대차3법에 이어 정부의 대책은 부작용을 낳을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투기 목적의 재건축 단지 매입수요를 줄이고자 했던 정책 중 하나인데, 재건축 사업장에 추진 동력만 실어준 셈이 됐기 때문이다. 압구정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규제를 가하면 가하는 대로 역효과만 짙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압구정은 국내 부동산 원탑 입지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택시장의 트렌드인 신축아파트가 없어 반포나 개포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의 조합설립이 순탄히 처리되면 이후 시세는 급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2017년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내놓은 대책에 따르면 조합설립 이후에는 10년 이상 보유, 5년 이상 실거주한 사람 이외에는 집을 매도하는 게 금지되기 때문에 매물 잠김이 시작된다. 결국 대기수요는 여전한데 시장에 매물은 씨가 마르며 집값이 더욱 고공행진 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