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손보협회장 내정···차기 이사장 선임절차 본격화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 퇴임으로 '유력후보' 부상···금융권 연쇄 인사이동 시작되나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사진 왼쪽부터) 유광열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사, 손병두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민병두 전 국회의원/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손해보험협회장에 사실상 내정되면서 차기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놓고 하마평이 본격화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손병두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꼽히고 있다. 손 부위원장은 정 이사장의 손해보험협회장 내정과 동시에 공직에서 물러났는데 이를 놓고 금융권 유관기관 연쇄 인사이동의 신호탄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손해보험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이날 3차 회의를 열고 54대 손해보험협회장 단독후보로 정 이사장을 추천함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정 이사장의 퇴임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정 이사장이 퇴임하면 채남기 부이사장이 신임 이사장 선출시까지 직무대행을 맡는다.

신임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고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된다. 한국거래소는 아직 공모절차를 시작하지 않았기에 신임 이사장은 올해말이나 내년 초 취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차기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후보는 손병두 전 금융위 부위원장이다. 통상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차관급 인사가 맡았는데 금융위 부위원장 역시 차관급이다.

마침 손 전 부위원장은 이날 30년 6개월 동안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는 이임식을 가졌다. 앞서 손 위원장이 맡았던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에는 도규상 신임 부위원장이 임명됐다.

손 전 부위원장은 1964년생 서울 출신으로 서울 인창고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기획재정부 외화자금과장과 국제금융과장, G20기획조정단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금융위원회로 자리를 옮겨 2014년 금융서비스국장, 2015년 금융정책국장, 2016년 금융위 상임위원 2017년 금융위 사무처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임 직전까지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도 겸직했다.

손 전 부위원장은 이날 이임식에서 향후 진로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알고 있는 것도 없고 밝힐 만한 것도 없다”면서도 “좋은 기회가 있다면, 특히 공적 분야에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감사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이임식 직후 기자와 통화에서도 “한국거래소 이사장 관련해서 지원절차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고 내가 앞서 지원한 적도 없다”며 “당분간 휴식을 취한 다음 향후 진로에 대해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손 전 부위원장 퇴임과 정지원 이사장의 손해보험협회장 내정을 놓고 금융권 연쇄 인사의 신호탄이라는 말도 나온다. 현재 손해보험협회장 외에도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등 유관기관이나 협회의 수장들 임기가 비슷한 시기에 끝나기 때문이다.

손 전 부위원장 외에 한국거래소 이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민병두 전 국회의원과 유광열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사 등이다.

민병두 전 의원은 차기 한국거래소 이사장 후보 중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꼽히고 있다. 민 전 의원은 17·19·20대를 지낸 3선 의원 출신으로 증권·금융 관련기관을 담당하는 정무위원회에서 8년간 활동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울 동대문을 공천에서 탈락했다.

누가 차기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되든 취임식부터 한국거래소 노조의 강한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한국거래소 노조는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모피아’라고 불리는 금융당국 출신이 낙하산으로 임명되는 것에 반발해왔다.

앞서 한국거래소 노조는 2016년 10월 정찬우 이사장의 취임식과 2017년 11월 정지원 이사장의 취임식에서도 물리력을 동원해 한동안 취임식을 저지시킨 바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이사장들이 모두 노조에 타협안을 제시하며 안착하는데 성공했기에 차기 이사장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쳐 자리를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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