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주택, 종부세 납세 대상 여부 등 정하는 기준···12년 전 그대로
급등한 시세에 맞게 조정해야 한단 목소리 커져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최근 1년 간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3.3㎡ 당 시세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실거래가 기준 9억 원 이라는 고가주택 기준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거래된 서울 아파트의 상당수가 고가주택 가격을 넘어서거나 근접함에 따라 과도한 세 부담을 지게 된다는 것이다.

2일 KB부동산 아파트 시세통계를 보면 9월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평당 가격은 325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국민평형이라 불리는 전용 84㎡로 환산해 보면 약 10억7250만 원이다. 실제 국민은행은 지난달 주택가격동향을 통해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은 10억 312만 원으로 사상 처음 10억 원을 돌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 상반기 패닉바잉 열풍 여파로 올 1월 평균값인 9억1216만 원에 견주어봤을 때 불과 8개월 만에 15%(1억 3315만 원)이나 오른 것이다.

현재 고가주택과 일반주택을 나누는 기준은 실거래가 9억 원이다. 고가주택으로 분류되면 다양한 규제가 적용된다. 세금과 관련해선 집을 팔 경우 9억 원을 초과하는 양도차익 만큼 양도세를 부담하는 것은 물론, 취득세도 높다. 뿐만 아니라 이 가격을 기준으로 종합부동산세 납부 여부와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부과 여부가 결정된다. 세제 뿐 아니라 대출규제도 받는다. 9억 원이 넘는 신축 아파트 청약 시에는 중도금 대출이 원천 봉쇄돼 있다.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에서는 9억 원이 넘는 주택을 구입할 때 실거주 목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주택담보대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문제는 최근 들어 서울의 집값이 급등하며 서울에서 주택을 매수한 절반 가량은 고가주택 보유자가 된다는 점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를 소유했다는 이유로 세부담을 과도하게 지우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고가주택은 9억 원 이상이라는 기준이 처음 설정된 건 2008년 10월이었는데, 당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4억 2462만원, 강남권에 많은 전용 85㎡ 초과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도 7억9522만원이었다. 당시에는 9억 원 초과 주택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0여년 간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9억 원 초과 주택이 급증했다.

고가주택 기준인 9억 원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공시가 현실화율을 위한 조정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는 최근 향후 10년 간 공시가율을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공시가율은 현실에 맞게 올리면서 고가주택 기준은 10년 넘게 유지해 조세저항이 커질 게 우려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고가주택 기준을 시세 등락에 따라 매번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물가상승률과 서울 집값 상승률 등을 생각하면 현재는 다소 조정을 검토해 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고가주택 기준을 세분화해서 예컨대 12억 원 이상 주택에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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