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안 핵심은 생활방역, 지역유행, 전국유행 구분···시설 운영중단 조치 최소화
전문가들 “예산 등 현장 지원 정책 필요”···김우주 “방대본 동의한 정책인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일 오후 서울 종로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정부가 그동안 예고한대로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5단계로 세분화했다. 이를 놓고 전문가들 반응은 긍정론과 부정론이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방역 현장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관련 예산을 정부에 요구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일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 방안을 골자로 한 향후 방역대책을 발표했다. 이 개편안은 오는 7일부터 적용된다. 이번 개편안 핵심은 코로나19 상황을 생활방역(1단계), 지역유행(1.5, 2단계), 전국유행(2.5, 3단계)으로 구분해 5단계로 세분화한 점이다. 단계 적용도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경북권, 경남권, 강원, 제주 7개 권역으로 나눠 차등 적용키로 했다.

또 고위험과 중위험, 저위험 시설로 구분했던 다중이용시설은 9종 중점관리시설과 14종 일반관리시설로 이원화했다. 23종 시설은 1단계부터 방역수칙을 의무화했다. 시설 운영중단 조치도 최소화했다.

이같은 정부 개편안에 대한 감염병 전문가들 의견은 각양각색이다. 우선 박기수 고려대 의과대학 환경의학연구소 교수는 “그동안 정부 정책이 시설이나 활동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던 것에 비해 이번 개편안은 사람에 중점을 둔 것이어서 잘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이번 개편은 과도기적 성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꺼번에 모두 바꾸는 것은 정부도 부담이 있을 수 있으니, 일일 신규 확진자 명수 등 기준을 장기적으로는 양성률 등 다른 지표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성률은 검사 건수 중 코로나19 확진자 비율을 말한다. 이날 0시 기준, 양성률은 1.61%(6020명 중 97명)다.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동안 방역 현장에서는 시설이나 행사, 모임과 관련,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세분화하자는 주장이 많았다”라며 “사실상 지금까지 1단계와 2단계 등 두 개 단계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방역을 시행할 수 있도록 시설이나 장비 등 인프라 기준을 만드는 작업”이라며 “정부는 향후 영업장이나 행사 등에서 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비나 시설 기준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컨대 식당의 경우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칸막이나 방을 만들어야 하는데,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며 “노래방 폐업 비용이나 중소교회 등을 지원하려면 관련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정책의 기본 방향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코로나19 확산과 관련된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방역 현장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 예를 들어 요양시설 통제 등을 추진하기 위한 예산을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중환자 위주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최근 경증환자도 적지 않게 증가하고 있다”며 “경증환자 입원 등 관련 대책이 빠져있다”고 밝혔다.

천 교수는 “기온이 계속 내려가므로 (경증환자를 위한) 일반병상이 부족할 수 있고, 학생 감염 등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겨울을 고려하지 않고 여름철을 기준으로 정책을 만든 것 같다”며 “정부가 방역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일일 신규 확진자 기준보다는 양성률이 중요하다”며 “최근 검사 건수가 너무 적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개편안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국민들이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기준이 단순 명료하고 과학적 타당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특히 보조지표가 자의적이어서 정부가 회의에서 임의로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면서 “코로나19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경우에 대비한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영업자도 중요한 국민이지만 포커스가 자영업자에 치우쳐져 있어 균형이 부족하다”며 “국민들 자율과 책임에 무게중심을 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거론한 인물 2명은 감염병 전문가가 아니며, 이번에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라며 “이번 대책을 결정한 관료 중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빠져있는데, 방대본이 이번 정책에 동의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그동안 요구됐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5단계로 세분화한 것은 일부 긍정적 시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감염병 전문가들이나 방대본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정책에 아쉬움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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