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이상직 의원 리스크와 각종 소송 부담에 인수 꺼려···코로나19 장기화 영향도
업계 “투자자 입장에선 이스타항공보다 신규 LCC가 매력적”

/ 사진=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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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이스타항공이 재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결렬된 이후 재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모펀드 등 5여곳이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과 연관된 정치적·법적 리스크와 각종 소송에 대한 부담 때문에 진행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최근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을 실시한 이후 재매각을 나서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600여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하며 임직원 수를 400여명까지 줄였다.

딜로이트안진, 법무법인 율촌, 흥국증권 등 매각 주간사도 매각 진행을 잠시 중단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무산된 이후 일부 투자자들이 저가에 이스타항공을 매입할 기회가 생기면서 인수를 검토했으나 코로나19, 이상직의원 논란 등의 악재로 인수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재유행하면서 해외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날이 갈수록 꺾이고 있어 이스타항공에 대한 투자매력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탈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제선 여객은 919만명으로 전년대비 80% 감소했다. 또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부터 항공기 운항을 중단해 여객운송이 멈춰있는 가운데, 항공운항증명(AOC)효력도 정지됐다.

실질적 소유주인 이상직 의원에 대한 정치적, 법적 부담도 크다.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 매각이 불발된 이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상직 의원의 선거법 위반 혐의 및 탈세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전주지검은 21대 총선 과정에서 기부 행위와 거짓응답 권유 및 유도, 사전선거 운동, 허위사실 공표 등 혐의로 이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참여연대는 이 의원이 자녀들에게 회사 지분을 넘기는 과정에서 제기된 탈세 의혹과 관련해 국세청에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참여연대는 자본금 3000만원에 불과했던 이스타홀딩스가 단기간에 이스타항공 지분 획득을 위해 100억원가량의 자금을 만든 과정도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광주지방 국세청도 이 의원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 이 의원의 반포동 아파트가 모 시중은행에서 81억6000만원, 국세청이 42억6000만원에 근저당을 설정했으며, 근저당 규모로 볼 때 100억원 이상 자금을 거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스타항공은 카드사와의 소송전을 준비해야 한다. 항공권 결제 취소대금을 돌려받지 못한 카드사들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삼성·신한·롯데·KB국민카드는 취소된 항공권에 대한 환불금 지급명령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상황이다. 카드업계가 이스타항공으로부터 받지 못한 항공권 취소대금은 80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또 인천국제공항공사와도 미납금 관련 소송 중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스타항공이 인천공항 시설사용료를 올해 2월부터 미납해 법원을 통해 지급 명령을 신청했다. 이스타항공 연체액은 60억원이 넘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법원을 통해 지급명령을 신청했지만, 이를 지불하지 않아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처럼 이스타항공 재매각 관련 부정적인 요소가 많은 상황에서 새 투자자가 나타나긴 어려울 전망이다. 이스타항공보다는 차라리 플라이강원을 비롯한 신규 저비용항공사(LCC)와 접촉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이 파산에 이르게 될 경우 신규 LCC들이 이스타항공이 갖고 있던 직원들과 운수권, 슬롯 등을 흡수할 수 있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굳이 위험부담이 큰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려고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스타항공 재매각을 추진했던 신규 인수자들도 실제 인수보다는 항공업 관련 주요 정보를 빼가기 위해 움직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항공산업의 경우 작년 아시아나와 이스타항공이 매물로 나오기 전까지 매각이 진행된 적이 거의 없어 정보가 제한적이었다.

그동안 항공산업 진출에 관심을 가졌던 기업들은 상당수 있었으나, 업종의 특수성 때문에 관련 정보를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이스타항공 실사를 통해 항공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현황과 정보를 파악하려는 의도가 깔려있었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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