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의존도 높은 한국에게 기회 열려
세계 경제 경영 경험 쌓을 수 있어

지난 13일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유럽으로 출국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유럽으로 출국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WTO(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에 도전한 가운데 회원국 선호도 조사에서 나이지리아 후보에 밀렸지만 중도 포기보다는 완주해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의 공개 지지가 새로운 변수로 작용해서 유 본부장이 수장이 될 가능서도 적지 않아서다. 관련 전문가들은 WTO 수장 자리를 통해 우리가 세계 경제 질서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유 본부장은 회원국 선호도 조사에서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 뒤처진 것으로 확인됐다. WTO 사무총장은 WTO 수장자리인 만큼 모든 회원국의 의견일치 형식으로 정하게 된다.

선호도 조사에서 의견이 갈려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면 많은 선호도를 받았던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더라도 수장 자리에 앉을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유 본부장 역시 의견 일치를 받지 못하게 되면 WTO 사무총장 자리가 공석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아직 유 본부장의 레이스가 끝난 것이 아니다.

게다가 미국이 적극적으로 유 본부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8일 성명을 통해 “미국은 WTO의 다음 사무총장으로 한국의 유명희 본부장이 선출되는 것을 지지한다”며 “유 본부장은 통상 분야의 진정한 전문가로 통상 교섭과 정책 수립 분야에서 25년 동안 두드러진 경력을 쌓았다. WTO를 효과적으로 이끄는 데 필요한 모든 기량을 갖췄다”고 밝혔다.

이런 미국의 태도에 대해 다른 회원국들은 미국의 일방적인 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최종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결과가 어떻게 되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을 설득할 가능성이 높다. EU가 그동안은 나이지리아 후보자를 지지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 중국이 나이지리아 후보를 지지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대립 구도를 활용해 EU를 설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를 예시로 들며 중국 중심으로 세계 질서 주도권이 넘어가면 무역 질서도 흐트러질 수 있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이런 설득을 통해 회원국들의 마음을 돌리면 유 본부장의 막판 뒤집기가 가능할 수도 있다.

유 본부장이 WTO 수장이 되면 우선 한일 무역 갈등에서 우리가 유리한 구도를 만들 수 있다. WTO 분쟁해결기구(DSB)는 지난 7월 스위스 제네바 WTO본부에서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일본 수출규제 강화 조치의 위법성을 다룰 1심 재판부격인 패널 설치를 승인한 바 있다. 이 분쟁과 관련해 문제를 풀어가는 데 도움일 될 수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가까이는 한일 부역 갈등에서 유리하겠지만 멀리 보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서 세계 경제 질서를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위치가 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한 번도 세계 경영을 해 본 경험이 없는데 WTO 수장이 되면 세계 경제 질서를 재편하는 것을 주도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대통령으로 누구를 선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그만큼 WTO 사무총장 자리가 중요하다”며 “우리나라는 제국주의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호혜평등적인 체제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 대상국가를 늘리는 등 양자 무역을 체결해 나가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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