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징역 17년 확정···소송비 대납 삼성 뇌물 89억 핵심
박근혜 대법 계류 중···최순실 후원 뇌물 86억원 확정 상태
사카린밀수, 세금포탈, 불법정치자금, 비자금, 경영권 불법승계 등 논란 많아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이명박 전 대통령이 공적 지위를 이용해 사적인 이득을 취한 범죄 중 핵심은 삼성 그룹으로부터 받은 89억원의 뇌물이다. 삼성은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도 뇌물을 준 사실관계가 대법원 확정판결을 통해 확정된 상태다.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이지만, 정경유착 등 짙은 그늘을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대법원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이 실소유주인 자동차 회사 ‘다스’로부터 비자금 명목 등으로 약 350억원을 횡령하고, 대통령에 당선된 뒤 삼성그룹이 대신 내준 미국 소송비 약 70억원을 포함해 여러 기업인에게 총 110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수수하고 다스의 미국 소송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한 혐의도 있었다.
110억 뇌물수수의 핵심은 삼성의 소송 대납비였다. 삼성그룹이 2007년 11월~2008년 1월 미국의 다스 소송비를 비롯한 미국 로펌 에이킨 검프 법률자문료를 대납했다는 내용이다.
이 전 대통령이 받았다고 인정된 뇌물액 93억여원 가운데 89억원이 삼성그룹으로부터 받은 돈이었다. 삼성은 2007년 11월부터 2008년 1월까지 이 전 대통령이 미국의 로펌 에이킨 검프의 법률자문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자문료를 제공했다. 또 2008년 4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다스의 140억원 투자금을 돌려받기 위해 김경준 전 BBK 대표를 상대로 낸 소송 비용을 대납했다.
2007년은 삼성이 비자금 관련 특검 수사를 앞둔 시점이었고, 삼성 승계의 핵심인 금산분리법 개정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상태였다. 검찰은 삼성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이 전 대통령에게 소송비를 대준 것은 후일 이건희 회장 사면과 이 회장 일가에게 유리한 방향의 금산분리법 개정을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는데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삼성과의 정경유착이 드러난 셈이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2008년 2월 무렵 삼성 비자금 특검, 금산분리 규제 완화, 이건희 회장 사면 등 그룹의 현안을 인식한 상태였다”며 “취임 이후 단순 수뢰는 뇌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1심이 인정한 삼성의 뇌물액은 61억이었고, 2심에서는 뇌물액이 89억원으로 늘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이 취임 이전에 건네받은 소송비용 일부는 무죄가 선고됐다.
삼성은 현재 상고심이 진행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도 뇌물을 줬다. 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의 공범 관계를 인정하며, 삼성이 최씨가 독일에 설립한 용역·컨설팅회사 코어스포츠 계좌로 현금 36억원을 송금한 것을 뇌물로 결론내렸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이용한 말 3필의 소유권 34억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원 등을 포함하면 삼성 측이 박 전 대통령에게 줬다고 사실관계가 확정된 뇌물액은 86억원에 달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에 대응하는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 중인데, 사실관계는 모두 인정하면서 양형심리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 사건은 불법승계 및 회계부정 사건과 연결돼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삼성은 과거 故이병철 창업주 당시의 사카린 밀수사건, 故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당시의 세금포탈 및 불법정치자금 제공, 비자금 조성, 로비 의혹 등을 받은 바 있다. 이 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문제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이 부분 무죄를 선고받고 조세포탈 부분에만 유죄가 확정됐다. 이명박 정부는 대법원 확정판결 불과 4개월 만에 이 회장을 특별사면·복권했다. 이건희 회장은 또 노동자 권리를 무시한 무노조 원칙으로 ‘삼성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받기도 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5일 이건희 회장의 별세와 관련 “고인은 재벌중심의 경제 구조를 강화하고 노조를 불인정하는 등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며 “불투명한 지배구조, 조세포탈, 정경유착 같은 그늘도 남겼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