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日 스가 총리 취임 이후 첫 한일 국장급 협상···한일 양국 간 입장차만 재확인
日, ‘강제징용’ 관련 韓대법원 판결 ‘부당’ 입장···한일중 3국 정상회의 불참 의사 밝히며 압박
韓, ‘성의 있는 자세’ 강조하며 수출규제 철회 촉구···외교부 “‘대화를 통한 해결’ 공감대 형성”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한일 무역 갈등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양국 간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특히 한일 국장급 협의가 지난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관련 소송 문제로 시작된 양국 간 무역 갈등에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이렇다 할 진전은 이루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국장과 다키자키 시게키 일본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29일 외교부 청사에서 국장급 협의를 가졌다. 양국 간 국장급 대면 회의는 약 8개월 만이고,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날 협의에서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 강제징용 관련 피고 기업들의 ‘성의 있는 자세’를 강조하면서, 수출규제 조치 철회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본 정부는 지난 2018년 일본 기업을 향해 한국 내 자산에 대한 현금화하라는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해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강행될 경우 한일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시정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당시 한일 기본조약, 한일 청구권 협정 등을 통해 한일 양국 간 채무‧채권 관계는 모두 소멸된 만큼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와 관련해 NHK는 다카자키 국장이 해당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스가 총리의 한일중 3국 정상회의를 위한 방한은 없을 것이라며 압박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오카다 나오키 일본 관방부 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징용 피해자) 문제를 비롯한 제(諸) 과제를 놓고 솔직한 의견교환이 이뤄졌다”면서도 “(한국 대법원) 판결이 나오고 2년이 지났는데도 문제 해결에 이르지 못한 것은 지극히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교도통신 또한 일본 외무성이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는 매우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므로 절대로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명확한 국제법 위반’으로 한국 정부가 일본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다만 외교부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대화를 통한 해결’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무역 갈등 상황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는 지난 아베 신조 총리 정권보다는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양국 간 대면 회의가 지난 2월 6일 이후 재개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강제징용 문제는 한일 양국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협상의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더군다나 스가 총리 체제가 구축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의 요구는 분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일 양국 모두 무역 갈등에 따른 부담감이 큰 상황”이라며 “양국 간 대화가 재개됐고, 협상이 연이어 진행되면서 타협점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일 협상에 비관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한일 양국이 현시점에서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서 시작됐다. 타협점이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설사 타협안이 나온다 하더라도 한일 국민 모두의 반발만 살 수밖에 없어 양국 정부는 결론을 유보하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 등 한일 양국 간 현안이 나날이 늘어가면서 협상은 난항에 빠질 것”이라며 “무역 갈등 장기화를 전제하고 이에 맞는 정책, 지원 방안 등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