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실적 전년比 129.72% 증가···5개 카드사 중 최고 증가율
업무 디지털화 등 영향으로 판매관리비 24.69% 감소···수수료이익은 5% 증가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최근 2년동안 국내 전업 카드사 중 가장 낮은 실적을 기록하며 자존심을 구겼던 하나카드가 올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며 탈꼴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국내 카드사들이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수익 다각화, 비대면 소비 등에 힘입어 호실적을 이어나가고 있는 가운데 하나카드는 그중에서도 독보적으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며 놀라움을 자아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의 영향으로 지난해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었던 하나카드는 올해 디지털 혁신을 통해 영업 비용을 줄이는데 성공했으며 중금리 대출 등 신사업을 통한 수익다각화도 지속 추진하고 있다. 내년에도 자동차 할부 금융 등 새로운 시장에 진출을 계획하고 있어 하나카드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카드는 지난 3분기 총 114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498억원) 대비 129.72%나 증가한 수치며 지난해 총 순익(563억원)보다도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하나금융그룹의 계열사 중 순익 증가율이 100%가 넘어서는 곳은 하나카드가 유일하다.
하나카드는 현재 3분기 실적이 공개된 카드사들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높은 순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삼성카드, 우리카드 등은 비대면 소비 증가 등에 힘입어 모두 지난해보다 실적이 증가했지만 그 증가율은 하나카드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하나카드 다음으로 높은 증가율은 보인 곳은 삼성카드로 지난해 동기 대비 24.05% 늘어났다. 지난해 부진했던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하나카드의 반등은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하나카드의 실적 증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디지털 혁신을 통한 판매관리비 절감이다. 하나카드의 3분기 누적 판관비는 164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179억원) 대비 24.69%나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신한카드와 국민카드, 우리카드 등은 오히려 판관비가 각각 2.94%, 14.15%, 7.53% 늘어났으며 삼성카드는 3.02% 절감하는데 그쳤다.
하나카드는 올해 5월부터 하나은행 영업점을 통해 진행하던 대행업무 중 개인 신용·체크카드 발급신청 업무를 제외한 대부분을 비대면으로 전환했으며 모든 카드 이용 과정을 디지털화한 ‘모두의 쇼핑’ 카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실물이 없는 카드 상품을 출시함으로써 카드 제작과 카드 모집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는데 성공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아무래도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이 같은 비용을 써도 효율이 많이 난다”며 “코로나19 이후에는 온라인 구매를 많이 하고 상대적으로 공항 라운지 서비스 등 (오프라인) 비용을 사용 하지 않아 비용이 절감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로 지난 2015년 구 하나카드와 구 외환카드가 합병하면서 구축한 차세대 전산에 대한 감가상각 비용의 반영도 종료돼 판매관리비가 크게 줄어들었다”며 “텔레마케팅(TM) 비용 등이 포함돼있는 도급비도 판매관리비 항목에서 수수료 비용 항목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전환은 수수료 이익 증가로도 이어졌다. 지난 3분기 하나카드의 수수료 이익은 541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5157억원)보다 5% 증가했다. 판매관리비에서 수수료비용으로 항목을 옮긴 도급비를 제외하면 그 수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늘어난 온라인 결제로 인한 밴(VAN)사 수수료 감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카드사 중 후발주자에 속하다보니 다른 회사보다 자원이 한정돼 있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둘 다 골고루 투자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쪽에 집중하던 상황에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온라인 소비가 늘어나 전체적으로 수수료 수익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처음 출시한 중금리 대출 상품 등도 카드사 수익에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하나카드의 성장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카드는 내년 자동차 할부 금융 시장에서 새롭게 진출하며 수익 다각화를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하나카드가 지난 2018년부터 2년 연속 머물러온 카드사 꼴등 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8년 하나카드는 1064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6위 롯데카드(1113억원)에 아쉽게 밀렸으며 지난해에도 563억원의 순익을 시현하며 롯데카드(714억원)에 151억원 뒤쳐졌다. 하지만 올해 3분기 기준 하나카드는 지난해 5위를 기록했던 우리카드(1074억원)보다 70억원 높은 실적을 거두며 역전에 성공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지난해는 업무 프로세스를 디지털화 하고 온라인 중심의 상품판매 서비스 제공을 준비하는 과도기 단계였다”며 “그래서 지난해에는 실적이 좋지 못했는데 올해에는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4분기에도 현재와 같은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측되며 내년에는 더욱 강화되고 안정된 한 해를 보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