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공판준비기일 진행···변 “실체적 진실 확인 위해 병합”
장모 최씨, 사문서위조 혐의만 인정···행사·부동산실명법 위반은 부인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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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수백억원대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하고 이 중 일부를 행사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아무개(74)씨와 검찰이 다른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전 동업자와 사건을 병합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최씨 측은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일부 혐의만 인정하고 나머지 혐의는 모두 부인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의정부지법 형사8단독 윤이진 판사는 29일 오후 2시 사문서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씨의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재판 진행 관련 의견서를 제출하며 “(분리된) 전 동업자 안아무개(58)씨 사건의 국민참여재판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며 “(국민참여재판이) 배제된다면 재병합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최씨와 안씨는 함께 기소돼 같은 재판부에 사건이 배당됐지만,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이견이 있어 지난 7월 사건이 분리됐다. 변호인도 “국민참여재판이 아니라면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병합하는 게 좋을 듯 하다”고 재병합 찬성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안씨의 재판에서도 국민참여재판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지난 8월12일 같은 법원 형사합의13부(재판장 정다주 부장판사)에서 진행 중인 안씨의 사건에서 ‘공범 일부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 ‘여론재판의 우려가 있다’ ‘배심원이 공정한 재판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에 해당한다’는 의견서를 냈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국민참여재판법)은 ‘누구든지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면서 같은 법 9조에 배제 가능한 사유를 정하고 있다. 9조 1항 2호는 ‘공범 관계에 있는 피고인들 중 일부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아 진행에 어려움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법원이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않도록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법원은 결정에 앞서 검사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이 사건 재판장은 ‘그 밖에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언급하며 “코로나19에 다수의 배심원들이 한 공간에 나와야 하는 사정이 있다. 청사 사정이 이러한 가변적 상황에 대체하기 쉽지 않다. 배심원들의 지나친 부담이나 건강문제, 업무상 문제 등도 고려해 달라”고 안씨 측 변호인에게 말했다.

반면 안씨 측은 국민적 관심이 쏠린 사건이 마땅히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씨의 변호인 황희석 변호사(법무법인 양재)는 시사저널e와의 인터뷰에서 “안씨는 국민을 상대로 본인의 진실을 밝히고 인정받고 싶다는 희망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며 “검찰은 (총장의 장모가 연루된 이 사건이) 여러 사람의 주목을 받는 것을 원치 않을 것 같다. 조용히 재판하고 싶은 생각이 가장 클 듯하다”고 주장했다. 황 변호사는 또 “(검찰은) 판사만 있는 곳에서 조용히 재판하고 싶은 생각이 가장 클 것 같다”며 “배심원을 설득할 자신이 없고 판사만 설득하면 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이진 판사는 안씨 사건 재판부의 국민참여재판 수용 여부에 따라 재병합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정리했다.

◆장모 최씨 ‘사문서 위조’ 혐의 인정···“안씨에게 속았다” 주장

이날 최씨 측은 수백억원대 통장잔고를 위조한 혐의 자체는 인정했다. 변호인은 “공소사실 중 사문서 위조 사실은 인정한다”며 “다만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부동산관련 정보 취득 등을 위한 의도로만 사용하겠다는 안씨의 거짓말에 속아 작성한 것”이라고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은 또 “통장 잔고증명서를 계약금 반환소송에 사용하겠다고 공모하거나 행사한 사실은 없다”며 “(부동산을) 명의신탁했다는 공소사실 부분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씨 측 변호인은 같은 취지로 사문서 위조 혐의 관련 증거는 동의하고, 위조 사문서 행사 및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 관련 증거는 대부분 부동의했다.

최씨는 정식 공판기일이 시작되는 11월 22일 법정 출석 의무가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 인정신문을 진행하고, 안씨를 최씨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진 이아무개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최씨가 사문서 위조 혐의 관련 증인신문이 가장 먼저 이뤄지며 이후 위조 사문서 행사,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 관련 증인신문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최씨와 안씨는 2013년 4∼10월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공모해 A은행에 347억원을 예치한 것처럼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를 받는다. 최씨와 안씨는 도촌동 땅을 사들이면서 안씨의 사위 등의 명의로 계약하고 등기한 혐의도 있다.

최씨와 안씨는 함께 기소된 김아무개(43)씨에게 부탁해 2013년 4월 1일자(100억원), 6월 24일자(71억원), 8월 2일자(38억원), 10월 11일자(138억원) 등 잔고 증명서 4장을 위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최씨는 4월 1일자 위조 증명서 행사에만 안씨와 공모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은 이들이 도촌동 땅을 신탁사로부터 매입하는 과정에서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지 못해 계약금을 반환받지 못하자 계약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면서 위조한 4월 1일자 증명서를 제출한 것으로 봤다.

안씨는 이후 지인에게 돈을 빌리면서 6월 24일자 위조 증명서를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나머지 위조 증명서 2장에 대해서는 사용 여부와 사용처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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