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 R&D센터 개소···2500여개 미국 바이오텍 기업과 가까워 잠재고객 확보
김태한 “2021년까지 미국 보스톤·유럽·중국에도 R&D센터 세울 것”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29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29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시사저널e=차여경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에 연구개발센터(R&D)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해외진출에 나선다. 의약품 위탁생산(CMO)뿐만 아니라 위탁개발(CDO)역량을 해외 시장에 검증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미국 동부, 유럽, 중국 지역에도 R&D센터를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29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탁개발 R&D센터를 열겠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R&D센터는 샌프란시스코 바이오 클러스터 남쪽 바이오테크가 밀집된 지역에 세워진다.

R&D센터는 인천 송도 본사의 최신 위탁개발 서비스 플랫폼이 그대로 구축됐다. 이 센터를 통해 현지의 글로벌 빅파마, 바이오테크와 가까운 거리에서 보다 긴밀하고 신속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고객사의 의약품 개발 과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동안 일부 해외 고객사가 제기한 시차 및 낮은 지리적 접근성 우려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샌프란시스코 R&D센터는 현지 시장 진입이라는 목표가 크다. 인천 송도는 주력 위탁개발 인프라가 있다”며 “(미국 R&D센터는) 주로 미국 고객들을 위해 세포주 개발, 공정개발 등 초기임상물질을 개발한다. 초기 임상 물질이 개발된 이후에는 상업물질 생산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송도와도 긴밀하게 연결되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해외 인프라를 키우며 자사 ‘개발 역량’을 검증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의약품 위탁생산(CMO)을 해왔다. 2018년 의약품 위탁개발(CDO)에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60개사와 위탁개발 협약을 체결하고 완료했다.

김 대표는 “위탁개발을 2018년에 시작하면서 국내에서는 흑자를 냈다. 60개가 넘는 의약품 위탁개발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면서 “자사 세포주 에스초이스(S-CHOice)를 통해 세포 생존율을 높이고 세포 발현량을 늘렸다. 바이오제약회사들이 의약품 개발이라는 본연의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개발과 생산을 도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중장기적으로 해외진출을 위해 기반이 될 수 있는 R&D센터를 세운 뒤 위탁개발(CDO)-위탁임상(CRO)-위탁생산(CMO) 원스톱 체계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2020년에는 위탁생산 챔피언을 달성했다. 이번 샌프란시스코 해외 첫 위탁개발 R&D센터를 시작으로 2025년은 위탁개발 글로벌 챔피언, 올해 시작하는 위탁임상은 2030년 챔피언이 목표”라며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고 고객 만족도 높은 CRO·CDO·CMO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글로벌 최고 혁신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바이오클러스터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R&D센터. / 사진=시사저널e캡쳐
미국 샌프란시스코 바이오클러스터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R&D센터. 주변에 머크, 암젠, 제넨텍 등 글로벌 바이오회사들이 있다. / 사진=시사저널e캡쳐

◇ 2500여개 바이오텍 기업 몰린 샌프란시스코···임상·개발 패스트트랙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초부터 R&D센터를 세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첫 번째 국가로 미국이 선정된 이유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파트너사와 잠재 고객사들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에서 미국 제약바이오시장이 제일 큰데다 샌프란시스코 바이오클러스터의 규모도 상당해 위탁개발 수요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바이오클러스터에는 약 2500여개 제약바이오회사가 있다. 제넨텍(Genentech), 암젠(Amgen), 머크(Merck)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이 곳에 몰려있다. 또 주변에 스탠포드, UC버클리 등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대학도 많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고객사와 물리적 거리를 좁히고 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하는 ‘넥스트 도어(Next Door)’ 전략을 펼치겠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글로벌 바이오텍 고객사들과 2500여개 생명과학회사, 9만6000여명 과학자에게 이웃처럼 가까이 다가가 의약품 개발생산을 돕겠다. 고객사의 임상시험허가(IND)와 생물의약품 허가신청(BLA) 성공을 지원하겠다”면서 “미국 진출을 통해 더 많은 바이오테크 회사들에게 바이오의약품 CDO를 제공하고 신약 개발 경쟁력을 극대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인한 의약품 생산수요는 예상 밖이다. 다만 코로나 상황과 무관하게 항암치료제, 류머티스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치료제, 알츠하이머, 파킨슨치료제와 난치성질환 치료제의 개발과 생산수요는 급증하고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생명과학 회사들은 현지 R&D센터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변수가 많아 R&D센터 규모가 어느정도 되는지, 연구원이나 인력이 얼마나 배정될 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R&D센터 개설이 3개월 정도 연기됐다.

김 대표는 “샌프란시스코 R&D센터는 초기에는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다. 연구원과 과학자 중심으로 소규모로 꾸려질 것”이라며 “코로나19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방문, 대면협상도 제약이 있어 최소 규모로 R&D센터를 운영할 것이다. 송도에서 엔지니어나 과학자를 (미국 R&D센터로) 보내겠지만 현지에 있는 한국계 미국인도 채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잠재 고객이 밀집한 주요 글로벌 바이오클러스터에 CDO R&D 센터를 추가로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보스턴, 유럽, 중국 등 CDO R&D 센터를 구축한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고객 수요 증가를 지켜보며 확장속도를 조정할 계획이다. 미국은 서부와 동부가 멀다. 2021년에는 미국 동부에도 R&D센터를 개설할 예정”이라며 “이외에도 프랑스 등 서유럽 진출도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과 중국에도 좋은 바이오 회사가 많다. 두 나라 모두 거리가 가깝고 시차가 크지 않다”며 “중국 베이징, 상하이의 경우 직항항공노선도 많고 고객사가 수시로 인천 송도를 찾아오기도 한다. 중국도 넓은 지역이고, 바이오 회사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어서 향후 중국 R&D센터도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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