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에 WTI 5% 넘게 급락
DLS 등 원유 투자자 손실 우려 높아져

코로나19 재확산 충격이 금융시장을 뒤흔들면서 원유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의 고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도 전에 다시금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다만 OPEC+(석유수출국기구 및 주요 산유국 연대체)이 감산 합의 이행에 나서기로 하는 등 호재도 있어 반전의 여지는 존재한다.

28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5.5%(2.18달러) 떨어진 37.39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6월 이후 4개월 만에 최저가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12월물 브렌트유도 이날 하락세를 보이면서 배럴당 40달러선이 무너진 상태다.

최근 5년간 WTI 선물 가격 추이. / 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최근 5년간 WTI 선물 가격 추이. / 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국제 유가가 재차 급락하면서 유가 상승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WTI 가격은 코로나19 충격으로 지난 4월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배럴당 40달러선까지 회복했었다. 올해 초인 배럴 당 50달러선 수준까지는 미치진 못했지만 반등세에 투자자들은 한숨을 돌릴 순 있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수요 위축 우려가 다시금 발생하면서 국제 유가의 불확실성이 다시 커진 것이다. 

특히 만기가 다가온 DLS 투자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국제 유가 움직임에 따라 손실 여부와 손실률이 결정되는 까닭이다.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 상품은 대개 만기 전 녹인 배리어(Knock-in·원금 손실)에 한 번이라도 도달하게 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녹인배리어 수준에 따라 손실 여부가 갈리겠지만 DLS의 평균 녹인 레벨이 5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수의 DLS가 원금 손실 구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확산 이전 최근 2~3년 간 WTI가 평균적으로 배럴당 50달러를 상회했었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DLS의 경우엔 손실이 확정된 사례도 나왔다. 지난 19일 만기가 도래한 NH투자증권의 ‘DLS3668호’의 만기평가일 기준 수익률은 -40.67%였다. 지난 16일 만기가 도래한 미래에셋대우의 ‘DLS5550호’도 수익률이 -40.67%로 집계됐다. 국제 유가가 더 하락할 경우 나머지 만기 도래 DLS의 손실률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WTI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파생결합증권)의 미상환 잔액은 지난 9월 기준 8965억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의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우선 코로나19의 재확산은 국제 유가의 하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시 봉쇄 정책이 나오게 되면 원유 수요 감소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프랑스의 경우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코로나19 확진자로 인해 전국 봉쇄령을 내린 상태다. 원유 수요 상위 국가인 미국 역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사상 최고치 수준으로 늘었다.

다만 하락을 제한하는 요인도 존재한다. 수요 감소와 맞물려 공급 측면에서 유가 상승을 위한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OPEC+는 장관급 감시위원회에서 감산 약속의 이행을 재확인했다. 앞선 4월 OPEC+는 유가가 폭락하자 긴급회의를 열어 내년부터 2022년 4월까지 하루 580만 배럴의 산유량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경제 위기가 지속되면서 이 같은 합의가 이행될 것인지에 대해 우려가 컸지만 이날 회의로 감산 의지가 재확인된 것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는 공급 측면보다는 수요 측면에서 더 영향을 많이 받는 경향이 있다. 결국 코로나19가 경제활동을 어느정도 위축시킬 지가 중요하다”면서도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을 경험했다는 측면에서 공포감은 이전보다 덜할 것으로 보여 과거처럼 급락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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