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돌 대출 금리 이달 말부터 0.02%p 인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 10억 넘어 실제 적용받는 주택 드물듯

서울 목동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서울 목동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주택 구입자금 대출 상품인 디딤돌 대출의 적용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나치게 높아져 버린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시세를 감안하면 대출을 받고 싶어도 적용받을 수 있는 주택수가 매우 한정돼있기 때문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오는 30일부터 디딤돌대출 금리를 0.2%포인트(p) 낮춘다.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에서다. 정부는 앞서 지난 5월에도 한국은행 기준금리와 시중금리 인하 추세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진 무주택 서민을 지원하기 위해 0.2~0.25%p 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이번에 금리를 추가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이번 금리 인하로 일반 디딤돌대출 금리는 연 1.85~2.40%로, 신혼부부 디딤돌대출 금리는 연 1.55~2.10%로 각각 낮아진다.

디딤돌대출은 국토부가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낮은 금리로 제공하는 서민 주택구입자금 대출 상품이다. 연소득 6000만 원(생애최초, 신혼부부 등 7000만 원) 이하, 순자산 3억9100만 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가 신청 가능하다. 다만 5억 원 이하 주택을 구입한 경우에만 최대 2억 원 까지를 한도로 해당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조건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월간 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312만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0억 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율을 낮춰주는 게 수도권에서 집을 구하는 대다수 사람들에겐 무용지물이다.

이와 관련,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조건을 완화해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 청원인은 ‘디딤돌대출, 보금자리론이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디딤돌 대출이 과거 u보금자리론으로 시행하던 2013년 당시에도 대출 가능한 대상주택 가격은 6억 원 이하였다”며 “2013년 대비 현재 분양가나 집값이 얼마나 올랐나. 국가에서 시행하는 적격 대출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해 수도권에서 내 집 장만을 꿈꾸는 평범한 서민들에게 효용이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난 7월 서민 상대로 분양했던 보금자리주택인 하남 감일 B1블록만 봐도 분양가가 5억3415만~6억529만 원 수준에 책정됐던 바 있다. 과거 2013년 분양했던 또 다른 보금자리주택인 송파위례 24단지 꿈에그린 전용 84㎡형의 실거래가는 올해 6월 실거래 기준 13억5700만 원이다. 모두 정부가 서민을 대상으로 공급한 아파트이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대출상품인 디딤돌 대출은 이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자금력이 부족한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대출규제 완화다.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겐 주택 시세와 연동해 대출 한도를 풀어주는 방식으로 주거사다리를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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