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로 위축된 재건축 대신 새 먹거리로
포스코건설 공격 행보···현대건설, 첫 진출 채비
2030년 시장 규모 30조원까지 확대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건설사들의 다음 수주 행선지는 부산이 될 전망이다. 부산에선 올해 굵직한 정비사업장에서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대형 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로 위축된 재건축 사업 대신 리모델링을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한 모습이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중소 건설사들의 텃밭으로 불리던 리모델링 시장에 대형 건설사들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정부의 규제로 위축된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한 모습이다. 리모델링 사업은 재건축에 비해 수익성이 높지는 않지만 입지가 우수한 지역의 경우 브랜드 홍보효과는 물론 실적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10년 후 예상 시장 규모가 30조원일 정도로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큰 만큼 건설사들의 리모델링 사업 참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건설, 리모델링 사업 첫 진출 채비···포스코건설·롯데건설 공격 행보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신정마을 9단지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앞서 열린 두 차례 열린 현장설명회에 두 번 연 속 단독으로 참여해 수주 의지를 드러냈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인근 현대성우 8단지의 현장설명회에도 모습을 드러내 포스코건설과 치열한 수주전을 예고하고 있다. 두 단지는 11~12월에 시공사 선정을 할 예정이다.

현대건설이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건설은 현재 도시 정비사업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다만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의 규제로 향후 재건축 시장이 ‘레드오션’화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사업 보폭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지난 8월과 9월에 걸쳐 리모델링 직무 경력자를 채용하는 등 리모델링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채비를 마쳤다.

리모델링 사업에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설사는 포스코건설이다. 포스코건설은 2012년부터 일찌감치 리모델링 시장에 진출해 입지를 다져 왔다. 국내 주요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건축사업본부 아래 리모델링영업그룹도 따로 두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26일 서울 광진구 자양우성1차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시공권을 따내는 등 지금까지 15개 단지에서 2조6000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지난해에는 전체 도시 정비사업 수주금액 2조7452억원 가운데 25%가 넘는 7714억원을 리모델링 사업에서 올리기도 했다.

리모델링 시장 규모 추이 / 자료=한국
리모델링 시장 규모 추이 / 자료=한국건설산업연구원

롯데건설은 지난해 말 서초구 잠원동 갤럭시1차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수주를 시작으로 리모델링 시장 진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 24일 2728억원 규모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했다. 양천구 목동2차우성아파트에서도 시공사 선정 입찰에 단독 참여하면서 리모델링 사업자로 유력시 되고 있다. 다음 달에는 서부이촌동 북한강성원아파트에서 리모델링 사업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밖에 GS건설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다른 주요 건설사들도 리모델링 사업에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서울, 강남권 중심으로 리모델링 사업 활발···시장 규모 2030년 30조원까지 확대  

대형사들이 잇따라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규제가 덜한 데다 사업 절차가 간편하고 속도가 빠르다. 조합 설립에 필요한 주민 동의율이 67%로, 재건축(75%)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낮다. 또 늘어나는 가구 수가 적기 때문에 재건축과 달리 용적률이 높아도 추진 가능하고 추진 가능 연한도 준공 후 30년 이상인 재건축의 절반(15년 이상)에 불과하다. 안전진단도 최소 D등급 이하를 받아야 하는 재건축과 달리, 수평증축 C등급, 수직증축 B등급 이상을 받으면 된다. 

특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선 리모델링 사업을 선택하는 단지들이 늘고 있다. 서울에선 안전진단 등 규제가 강화돼 재건축 추진이 어려워지면서 강남, 용산, 영등포 등 주요 지역의 노후 단지들이 리모델링 사업으로 선회하고 있는 추세다. 일산·분당·산본 등 1기 신도시에서도 리모델링 사업이 활발하다. 이들 지역은 1990년대 중반부터 공급이 시작돼 준공 2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가 많다. 용적률이 높아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늘고 있다.

업계에선 리모델링 시장이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7조원 수준인 국내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2025년 23조원, 2030년 29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분당 등 1기 신도시에서 주로 관심을 보였지만, 용인·광명·수원 등 주변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며 “특히 최근에는 수도권을 넘어 부산·대구·광주 등 광역시에서도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규제에 코로나19까지 겹쳐 건설업황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시장 확대 가능성이 큰 리모델링 사업에 참여하는 건설사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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