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1000억원 넘기며 이미 작년 수준 훌쩍 뛰어넘어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통과 시 기업들에 상당한 경각심 줄 것으로 전망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적극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며 강수를 띄웠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작년에 비해 크게 늘었는데,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기업들에게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공정위는 롯데슈퍼를 운영하는 롯데쇼핑과 CS유통에 39억1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키로 했다고 밝혔다. 2015년 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368건의 판촉행사를 열면서 서면 약정 없이 납품업자들에게 108억원의 할인 행사비용을 떠넘긴 것이 주요 혐의다. 공정위는 올 7월 롯데마트에 대해서도 비슷한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행보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한진중공업의 불공정하도급 거래행위와 관련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 의결서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자사의 귀책사유에 의해 추가적으로 발생한 공사비용을 하도급사업자에게 부담토록 하고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최저가로 입찰한 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했다.
또 공정위는 네이버가 동영상 및 쇼핑 검색과 관련해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며 과징금 267억원을 부과했다. 쉽게 말해 많은 소비자들이 네이버를 검색엔진으로 사용하는 상황 속에서 자신들이 운영하는 회사제품이 더 유리하게 검색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이견이 있다고 밝혔지만 공정위는 네이버와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법개정까지 추진하겠다며 강공을 이어갔다.
이처럼 눈에 보이는 만큼 실질적으로 과징금 부과액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공정위 사건처리시스템과 CEO스코어 자료에 따르면 올해 과징금 규모는 968억9600만원이다. 이미 지난해 총 과징금인 760억8800만원을 넘어선 것이다. 그런데 저 액수엔 최근 부과를 결정한 롯데쇼핑과 네이버 건이 반영되지 않았다. 해당 액수가 최종적으로 부과되는 것으로 결정이 난다면 그 규모는 무려 1075억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된다.
조성욱 위원장 체제가 확립된 후 공정위가 본격적으로 대기업 과징금 징수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기업들이 관행처럼 하던 부분에 대해 적극 과징금을 부과하며 불공정거래 차단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대형 유통업체들과 거래하는 한 기업 관계자는 “할인 판촉 문제는 업계에서 오랜 골칫거리였는데 공정위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행보를 두고 기업들은 우려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시국이 이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과징금이 기업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때 공정위가 검찰고발을 하지 않고 과징금만 부과하는 것은 처벌수위가 약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공정위의 과징금 수위는 여전히 낮지만, 향후 법 개정이 되면 본격적으로 기업들이 체감하는 정도가 달라질 것이란 분석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작년보다 과징금을 많이 부과하고 있지만 미국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볼 수 없다”며 “과징금 액수 상한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여부가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엔 전속고발권 폐지와 함께 과징금 상한을 상향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공정위의 적극적 행보와 과징금 상한이 만나게 되면 기업들의 경각심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현 국회 원내 구성 및 정부의 의지 등을 볼 때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공정경제3법 및 상법 개정안은 무난히 통과될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