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당선 시 미온적이던 북미 전기차·배터리시장 가속 전망
LG화학 연속화재 ‘코나EV’ ···삼성SDI 대형투자 힘든 구조적 한계
3조 웃돈 최대투자 감행한 SK이노···ITC 판결연기로 불확실성 잔재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유럽·중국을 넘어 북미 배터리시장도 이번 대선을 기점으로 성장히 본격화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유럽시장을 통해 글로벌 상위 배터리 업체로 자리매김한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3사도 북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저마다 난제로 꼽히는 숙제들을 안고 있어, 이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 대선은 내달 3일 실시된다. 여론조사와 사전투표 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이는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다. 바이든은 2400조원 규모의 친환경에너지정책을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다. 2035년까지 탄소배출을 억제하고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0)화를 실현시키겠다는 게 그의 청사진이다.
미국은 유럽·중국 등과 더불어 글로벌 3대 완성차·배터리 시장이다. 다만, 유럽·중국 등에 비해 전기차로의 전환이 늦어져 전기차·배터리 업계에서는 잠재력만 가득한 시장으로 분류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후변화대응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원유 공급·생산 업체들의 정치적 입김이 강하다는 점도 변화가 늦어진 원인으로 지목된다.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 되면서 전기차, 태양광 등 친환경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의 북미 내 수요 또한 고조될 전망이다. 해당 수요는 배터리 판매량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항목들이다. 당초 예상보다 북미시장의 변화가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국내 업체들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한 층 격상시킨 상태다. 특히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전기차용 배터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각 사가 지닌 리스크다.
LG화학의 경우 3사들 중 가장 선제적으로 미국시장에 대응한 업체로 평가받는다. 2013년 미시간주 홀랜드공장의 가동을 시작했으며, 생산라인을 지속적으로 증설해 연 3GWh 수준을 보이고 있다. 30GWh 규모의 GM과의 합작송장을 오하이오주 로즈타운에 짓고 있으며, 최근에는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시설이 집중된 멕시코 배터리 공장도 유력 검토 중이다.
GM 외에도 복수의 완성차 업체들과 추가적인 합작사 건립을 타진 중인 LG화학의 리스크는 의외로 내부에 있다. 현대차 ‘코나EV’의 연속화재다. 명확한 화재규명이 나오지 않은 상태서 국토교통부가 배터리 결합 가능성을 조급히 시사함에 따라 대외적으로 안전리스크가 불거졌다. 경쟁국인 중국에서 이를 부각시키며 자국산 배터리 판매를 독려하는 움직임 또한 감지된다.
화재·폭발 등은 리튬이온배터리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자연스레 이를 관리·방지하는 기술력이 배터리 지속성에 버금가는 핵심기술로 꼽힌다. 글로벌 1위에 도전하는 업체인 만큼, 명확한 화재원인 규명과 더불어 재발방지를 확신할 수 있는 대안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리스크의 조속진화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오랜 기간 시달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삼성SDI의 경우 유럽·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건립한 현지 생산라인에는 지속적 투자를 감행 중이지만, 이에 버금가는 미국 신규투자는 다소 미온적이다. LG화학·SK이노베이션 등이 경쟁적으로 공장 신·증설에 나서는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전문가들은 구조적 이유를 꼽는다. 석유화학 등 다른 영위 사업을 통해 거둔 이익을 배터리에 재투자하는 방식을 취하는 경쟁사에 비해 삼성SDI는 배터리가 핵심 사업인 까닭에 투자재원 마련에 비교적 취약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의 경우 판매고를 점진적으로 향상시키고, 전고체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 기술력의 조속한 상용화를 발판으로 물량이 아닌 질적 성장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는 모양새”라면서 “경쟁사들과 같이 대규모 투자가 동반될 경우 더 큰 실익이 예상되지만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계열사 별 책임경영이 강화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와 법적소송 이슈가 점철돼있어 그룹 차원의 지원이 힘든 상황”이라 풀이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미국시장에 대한 대비는 3위 SK이노베이션이 잘 돼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 커머스에 배터리 1·2공장을 건립 중이다. 3조원이 웃도는 대형 투자며, 단일규모 미국 내 최대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다. 생산유발 및 현지고용효과도 상당할 것이란 전언이다. 오는 2023년 2공장 가동이 본격화되면, 연산량 20GWh를 자랑하게 된다. 이는 순수전기차 40만대 공급이 가능한 물량이다.
폭스바겐·포드 등은 미국에서 생산할 전기차에 SK배터리 탑재를 계획 중이다. 안정적인 판로까지 확보한 상태지만, 걸림돌은 LG화학과의 소송전이다. 26일(현지시간)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두 회사 간 영업기밀 침해 최종판결을 내릴 예정이었으나, 12월 10일로 이를 연기했다. 앞서 ITC는 지난 5일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두 번째 연기를 감행한 사유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들에 비해 후발주자 격인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미국시장을 통해 배터리 시장점유율을 상당히 끌어 올릴 수 있는 장점을 지녔음에도, ITC 판결이란 불확실성을 내재한 상태다”면서 “ITC의 판결에서 부정적 결론이 도출될 경우 미국 사업 자체에도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조속한 분쟁해결과 불확실성의 해소가 요구된다”고 시사했다.
SK 측은 이번 판결연기와 관련해 “ITC가 21일 연기한 데 이어 추가로 45일 연장한 사실로 비춰볼 때 본 사건의 쟁점을 심도 깊게 살피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면서 “판결 연기와 관계없이 소송에 충실하고 정정당당하게 임할 계획”이라 시사했다. 이어 “소송의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도록 양사가 현명하게 판단해 조속히 분쟁을 종료하고 사업 본연에 매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