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투싼, 중형 SUV급으로 차체 키우고 하이브리드 엔진 추가해 흥행···향후 나올 싼타페·팰리세이드 영향 미칠듯
전세계 자동차 시장 포화상태에 양극화 현상까지···갈수록 큰 차 선호 경향 강해져
수익 올리기 위해선 차급 키워야 하는 상황···업계 “수익성도 좋지만 품질 문제도 돌아봐야”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 신형 투싼이 흥행에 성공하며, 투싼보다 윗급인 싼타페와 팰리세이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투싼이 전장과 휠베이스(축간거리)를 늘리고 하이브리드 엔진을 추가해 인기몰이 중인 가운데, 향후 나오게 될 싼타페와 팰리세이드 신형도 차체를 기존보다 키우고 하이브리드 엔진을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투싼은 전날부터 출고를 시작했으며,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현재 주문하면 빨라도 내년 2월 이후에나 인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싼은 사전계약 첫날 1만842대를 기록하며 역대 현대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 가장 높은 성적을 냈다.
투싼의 성공이 현대차에게 의미하는 바는 크다. 신형 투싼은 이전 모델 대비 전장 150㎜, 휠베이스 85㎜ 가량 길어지며 중형 SUV급으로 커졌다. 최근 큰 차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투싼 인기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이에 비해 올해 나온 신형 싼타페가 차체 크기나 가격 등에서 쏘렌토에 밀려 흥행에 실패한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나올 신차들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8년 나온 팰리세이드는 완전 신차임에도 불구하고 대형 SUV 강점을 살린 큰 차체를 통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갈수록 소비자들도 큰 차를 원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전 차급에서 차량 크기가 커지고 있다”며 “새로운 디자인을 구현하려고 할 때도 큰 차가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차체 크기 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모델이 인기를 얻고 있는 점도 현대차 전략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앞서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사전계약 첫날 전체 계약의 70%(1만3000대)를 차지했으며, 투싼 하이브리드는 사전계약 첫날 5000대를 기록한 바 있다.
싼타페 부진 이유 중에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출시되지 않았다는 점도 있다. 싼타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정확한 출시일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팰리세이드의 경우 아직까지 하이브리드 모델이 없으나 추후 나올 신형에는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신차들이 갈수록 커지는 것은 소비자들의 선호도 증가도 있겠으나, 회사의 수익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현대차는 대형·고급차 위주의 판매 전략을 펼치고 있다.
또한 자동차 최대 시장인 중국에선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며 중·소형차는 성장한계에 부딪힌 반면 고급차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수요는 2017년 이후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중국 자동차 수요는 전년대비 12.4% 줄었다. 현대차의 경우 엑센트(-42%), 엘란트라(-20%)급은 판매가 크게 줄어든 반면 고급차 시장은 7% 성장했으며, SUV도 7% 감소에 그치며 선방했다. 판매 비중을 살펴보면 고급차와 SUV는 각각 전년대비 1.4%p, 2.9%p 상승했다.
이 같은 현상은 3분기 현대·기아차 실적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3분기 현대차 판매는 99만7000여대, 기아차 판매는 69만9000여대로 40% 가까이 차이가 났지만 영업이익 차이는 25% 수준에 그쳤다. 3분기 세타2엔진 리콜비용을 제외할 경우 현대차는 1조8000억원, 기아차는 1조4000억원 상당의 흑자를 냈다. 판매 대수 자체는 현대차가 많았으나 SUV 비중이 높았던 기아차가 상대적으로 적은 판매량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익을 낸 것이다. 3분기 현대차 SUV 판매 비중은 45.5%였으며, 기아차는 57.8%를 기록했다.
신차가 나올 때마다 차체가 커지면서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투싼의 경우 이전 모델 가격은 2255만~3293만원이었으나, 신형은 2435만~3567만원으로 200만원 이상 올랐다.
관련해 현대차 관계자는 “가격 상승은 단순 차체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새로운 첨단 기술이 적용되고 기본화되는 편의사양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현대차가 수익성 방어에 급급해 품질 문제를 등한시할 경우 수입차에 따라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신차가 나올 때마다 현대차 가격이 최소 100만~200만원 이상 오르면서 수입차와 격차가 날로 줄어들고 있다”며 “가격은 오르는데 품질 문제가 끊이지 않을 경우 소비자들이 다시 등을 돌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 현대차는 제네시스 GV80 엔진 떨림 현상, G80 화재를 비롯해 신형 그랜저에서도 엔진 결함 등이 발견됐다. 또 전기차 코나EV에서는 연이은 화재사고가 발생하며 7만7000대 규모의 리콜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