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순이익 1164억원···1년 전 대비 13.9%↑
인도네시아 진출 등 해외 시장 개척도 나서
황수남 사장 연임도 ‘청신호’
[시사저널e=이용우 기자] KB캐피탈이 KB금융지주의 주력 계열사로 떠오르고 있다. KB금융에 인수된지 4년 만에 순이익을 2배가량 늘려 1000억원대를 기록했고, 올해도 코로나19 위기서도 빠른 성장을 보여줬다. 자동차금융을 주력으로 영업활동을 펼친 KB캐피탈은 최근 해외로도 진출,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호실적을 이어가며 KB캐피탈의 첫 내부 출신 사장에 오른 황수남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KB캐피탈, 지주서 KB증권 이어 순익 증가율 높아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의 비은행 계열사인 KB캐피탈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16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9% 증가했다. KB금융의 전 계열사 가운데 KB증권의 순이익 증가율(50.6%) 다음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KB증권의 이익 증가가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일시적 현상에 따른 수탁수수료 증가 영향이라는 점을 볼 때 KB캐피탈의 순익 성장은 업계 장악력에 따른 것이라 지주 입장에서 훨신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다른 계열사와 비교해도 KB캐피탈 순이익 증가율은 높았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과 KB손보, KB생명 순이익은 각각 5.1%, 20.3%, 49.5% 감소했다. 국민카드는 1.6% 증가했고, KB자산운용은 9.8% 늘어났다.
KB캐피탈은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회장직에 오른 2014년 이후 진행한 첫 인수합병 작품이다. 당시 KB금융은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로 시장에 나온 우리파이낸셜을 인수해 KB캐피탈로 사명을 변경, 지주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그 결과 KB캐피탈의 순이익은 매년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KB캐피탈 순이익을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보면, 2016년 3분기 776억원에서 2017년 3분기 1014억원, 2018년 3분기 900억원, 2019년 3분기 1023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3분기에는 1164억원 기록해 지난 한 해 벌어들인 순이익(1194억원) 수준에 근접했다. KB금융에 인수된 후로 올해 연말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KB차차차 통한 자동차금융에 ‘올인’
KB캐피탈의 강점은 한 분야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점이다. 6월 말 기준으로 2조4000억원에 달하는 자산의 76% 가량을 오토할부·리스·론, 렌터카 등 자동차금융에 집중해 시장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 특히 자동차금융에서도 비교적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중고차와 장기렌터카에 집중해 순익 성장을 이끌고 있다.
중고차 거래에서는 중고차 거래 플랫폼 ‘KB차차차’가 업계 1위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올해 초에는 고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KB차차차 앱 3.0 버전을 선보였다. ‘KB캐피탈 인증중고차’를 통해 중고차 허위매물·허위정비이력에 대한 고객 의심을 줄였고, 차량 홈 배송 서비스인 ‘보내줘차차차’ 서비스도 출시해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KB차차차 중고차 등록 매물은 2018년 10만대를 돌파한 후 현재 전체 등록 매물은 13만7000여대다.
KB캐피탈은 국내에서 보여준 자동차금융 경쟁력을 바탕으로 동남아 시장 진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라오스 진출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순인도(Sunindo) 국민 베스트 파이낸스 설립에 대한 최종 인가를 취득, 수도 자카르타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KB캐피탈은 인도네시아에서도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자동차할부금융을 주력으로 영업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황수남 사장, 취임 이후 안정적 성장 보여줘
KB캐피탈이 3분기에도 호실적을 내면서 KB금융 내부적으로도 황 사장의 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황 사장의 임기가 올해 12월 말에 끝나는 가운데 그가 KB캐피탈을 이끈 2년 동안 KB캐피탈이 높은 성장을 보여줘 연임에 큰 무리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KB금융의 계열사 대표 임기가 보통 ‘2+1년’이라 황 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고, 내년까지 이어질 코로나19 위기를 생각한다면 KB캐피탈의 변화보다 안정을 고려한 인사가 나올 것이란 분석이다.
황 사장은 2010년 상무로 승진해 자동차금융본부를 이끈 영업통이다. 회사가 KB금융에 인수된 뒤에도 자리를 유지했다. 자동차금융본부에서 임원으로 재직할 때 KB차차차 플랫폼 구상과 개발을 이끌었고 2018년 KB캐피탈 내부 출신 최초로 사장에 올랐다. 당시 KB금융은 황 사장의 대표이사 발탁에 대해 “KB캐피탈의 시장과 그룹 내 지위, 영업력이 크게 향상된 점 등을 반영해 내부 우수 인력을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의 계열사 대표 선정 기준이 안정적인 성장 가능성에 있는 만큼 KB캐피탈의 높은 성장세를 보여준 황 사장 연임이 유력해지고 있다”며 “코로나19 위기로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처할 인물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