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필요성 인정”…준법감시위 실효성 검증
특검에 29일까지 후보추천 요청…12월 중순 결심
특검 “재벌총수 뇌물 사건 도입 안 돼” 반발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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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뇌물공여 등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운영을 평가하기 위한 전문심리위원 지정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박영수 특별검사(특검) 측이 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준법감시위 도입부터 반대해 온 특검은 전문심리위원 지정 또한 이 부회장의 양형을 낮추기 위한 포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는 26일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하고 특검이 낸 전문심리위원 지정 및 참여 결정 취소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 및 기피신청 사건의 기각결정 취지에 비춰 전문심리위원 참여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이를 취소할 상당성이 인정되지 않아 (전문심리위원 참여 결정을) 취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재판부는 삼성이 발족한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점검할 목적으로 지난 15일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했다. 재판부는 지난 1월17일 열린 공판기일에서 특검과 변호인 측에게 각각 전문심리위원 후보자 1인씩 추천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 특검이 추천하지 않았고 변호인만 추천했다. 변호인이 추천한 후보자는 그러나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되지 않았고, 재판부가 직권으로 강 전 재판관을 지정했다.

전문심리위원은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사건을 심리할 때 법원이 지정하는 외부 전문가다. 법원은 통상 건축, 의료, 지적재산권, 환경 등 분쟁해결을 위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사건을 심리할 때 외부 전문가를 소송절차에 참여하도록 한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사건이 건축, 의료, 지적재산권, 환경 등 분쟁에 관련된 사안도 아닌데도 재판부가 전문심리위원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반대해 왔다. 삼성 준법감시위 도입부터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양형을 줄이기 위한 포석을 깔고 있다는 게 특검 측 해석이다.

재판장이 범죄사실이나 쟁점 내용과 무관하게 이 부회장에게 경영 훈계를 한 점, 준법감시위의 ‘실효적 운영’을 점검해 이를 이 부회장의 양형 요소에 반영하겠다는 의사를 비친 점 등도 논란이 돼 왔다.

이날 재판부는 특검 측의 의견서 등을 볼 때 전문심리위원 추천 의사가 있어 보인다며 오는 29일까지 중립적 후보를 추천해 달라고 요구했다. 특검 측이 후보를 추천하면 이 부회장 측의 의견을 듣고 신속하게 참여 결정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또 11월 9일 5회, 30일 6회 공판기일을 열기로 했다. 그 사이인 내달 16~20일 준법감시위 운영평가를 위한 전문심리위원의 면담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6회 공판기일에서 전문심리위원의 의견 진술을 들은 뒤 12월14일 또는 21일에 결심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재판부로부터 출석 요청을 받았으나, 부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전날(25일) 타계함에 따라 재판에는 불출석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2월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돼 4년 가까이 재판을 받고 있다. 1심에서 징역 5년을, 2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2심이 무죄로 판단한 뇌물액 50억여원을 유죄로 판단하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인정된 뇌물액이 총 86억원이 되면서 재수감 가능성이 커졌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해야 한다. 집행유예는 5년 이하의 징역형일 때에만 가능하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의 재산국외도피 관련 혐의에 무죄가 확정됐고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가 수동적이었다고 주장하며 집행유예가 가능한 징역 3년 이하의 형 선고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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