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명 사망 집계, 잇단 사고에 전전긍긍···입장 표명 삼가며 상황 체크 분주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자 해당 백신을 제조한 제약사들은 입장 표명을 삼가고 정부 발표를 확인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6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자는 이날 0시 기준, 5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4일 48명에 비해 11명 늘었다. 사망자 연령대를 보면 70대와 80대가 각각 2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60대 미만 5명, 60대 2명이다.

질병청은 최근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늘어나자 전날 예방접종피해조사반 신속대응 회의를 열어 사망자 20명에 대한 사인을 분석했다. 피해조사반은 20명 중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급성 이상반응인 ‘아나필락시스 쇼크’ 사례는 없었고, 접종 부위 통증 같은 경증 이상반응 외 중증 이상반응도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또 같은 제조번호 백신 제품을 맞고 사망한 사람은 14명이다. 이 가운데도 백신과 사망 간 연관성이 확인된 경우는 없었다고 피해조사반은 전했다.  

지난 19일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 사건을 질병청이 처음 공식 발표한 이후 일주일간 60명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질병청은 공식적으로 백신 제품에 문제가 없으며 사망과 인과성이 낮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독감백신을 제조하는 국내 제약사들은 입장 표명을 유보하며 정부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해당 제약사 입장에선 사망 사건에 대해 밝힐 수 있는 내용도 적다는 지적이다.   

A제약사 관계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 입장에 갈음키로 했다”며 “회사의 공식 입장은 노코멘트”라고 밝혔다. 갈음하다란 다른 것으로 바꿔 대신하다란 의미다. 즉, 회사 대신 정부 입장으로 대신한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B제약사 관계자는 “(독감백신과 사망의 연관성 등) 질병청 조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민간보다는 정부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발표 내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C제약사 직원은 “공식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사항이 없다”면서 “질병청 조사 결과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직원은 “독감백신과 사망의 인과관계가 낮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D제약사 관계자는 “GC녹십자에 독감백신 제조를 위탁해 놓은 상황”이라며 “각 업체가 사망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질병청 조사를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제약사 직원은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만 답변했다. F제약사 관계자도 “회사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일부 정치권과 반정부세력이 독감백신 사망 사건을 부풀려 문제를 제기한다는 시각도 있다. 질병청 발표대로 지난해 독감백신 접종 후 7일 내 사망한 어르신이 1531명이라는 통계처럼 매년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 사건은 있었다는 것이다. 

참고로 국내에서 유통되는 독감백신을 제조하는 제약사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GC녹십자, 일양약품, 동아ST, 보령바이오파마, 보령제약, LG화학, 한국백신 등 8개사다. 또 수입해 판매하는 회사는 사노피파스퇴르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2개사다.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제약업계와 바이오업계에 악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다음 달까지 독감백신 이슈가 진행될 텐데, 해당 제약사들이 긴장한 상태에서 지켜보는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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