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위원 분리선출, 기술 빼내기 쉬워”···상장사들 우려↑
기업 경영 투명했다면 우려할 일 아니라는 목소리도

정부 여당이 ‘공정경제 3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핵심으로 꼽히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를 두고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감사 독립성에 따른 경영 투명성 확보로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투기자본이 활약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해 상장사의 경영권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금융투자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공정경제 3법을 이번 정기국회 내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공정경제 3법은 상법 일부 개정안·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 대기업집단의 부당한 경제력 남용 근절, 금융그룹의 재무 건전성 확보 등을 목적으로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 중에서 특히 상법 개정안 중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는 대주주가 뽑은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출하지 않고 대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지위를 갖도록 감사위원을 별도로 선임하는 제도를 말한다. 회사 경영을 감시하는 감사위원을 독립적으로 뽑아 대주주의 전횡을 감시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도 상장사들 사이에서 불거지고 있다. 감사위원을 별도로 선임할 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데, 이 경우 경영권 침해 등과 같은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투기자본이 다양한 펀드를 통해 지분 쪼개기(3% 이하) 방식으로 감사위원 자리를 장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2004년 SK와 소버린자산운용의 경영권 분쟁이 꼽히는데, 당시 소버린은 보유 주식 14.99%를 5개 자회사 펀드로 분산한 뒤 SK를 공격한 바 있다.

경영권뿐만 아니라 기업의 기밀 보호 차원에서도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감사위원은 회사의 업무와 회계 감독권을 가지며 기업은 감사의 자료요구권을 거절할 수 없다. 따라서 경쟁사에서 특정 의도를 가지고 지분을 확보, 감사위원 선임에 성공한다면 기술과 내밀한 정보를 쉽게 빼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여당 일각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기업보다 내부 방어 시스템이 훨씬 취약한 상황에서 중소·벤처기업들의 기술 탈취를 노릴 가능성은 매우 크다”며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 앞에 맞설 수 있는 중소·벤처기업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지나친 기우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분리선출된 1명의 감사위원만으로 최소 3인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장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앞서 투명하게 경영되는 회사에 투기자본이나 경쟁사의 감사위원이 후보로 올라설 경우 다른 주주들의 지지를 받기 쉽지 않다는 측면도 거론된다. 흔하게 일어나지 않을 일이 두려워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것을 주저해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도입하되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방어권도 충분히 주어야 한다”며 “위법을 저지른 기업에만 3%룰을 적용하는 방법이 있고 경영권 분쟁 시 일시적으로 3%룰을 완화하는 보완책도 있다. 미국처럼 차등의결권 도입도 하나로 꼽힌다”라고 밝혔다.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공정경제 3법' 관련 당과 경제계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공정경제 3법' 관련 당과 경제계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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