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글로벌기업 운영 사적 이익 위해 남용···범의와 동기 구분해야”
변 “조카 희귀병 치료 위한 비자발급 목적···전형적 횡령 범죄와 달라”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왼쪽)과 조현범 사장(오른쪽). / 사진=사측 제공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왼쪽)과 조현범 사장(오른쪽). / 사진=사측 제공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누나를 회사 직원으로 채용해 1억원대 급여를 지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 지주사) 조현식 부회장에 대해 검찰이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1부 심리로 열린 조 부회장의 업무상 횡령 혐의 결심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이날 공판기일은 조 부회장의 공범인 누나 희원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었으나, 희원씨가 불출석하면서 재판이 마무리 됐다. 희원씨는 앞선 기일과 이번 기일이 열리기 직전 재판부에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희원씨는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검찰은 최후 논고에서 “피고인의 범의와 범행 동기를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부회장이 조카의 희귀병 치료를 돕기 위해 누나를 채용한 동기가 참작되더라도, 가상으로 직원을 채용해 월급을 주는 행위가 범죄임을 알면서도 그러한 행위를 한 의사(범의)는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검찰은 “가족의 질병치료를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야하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정상범주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글로벌 기업인 한국타이어의 운영진이 개인적 동기에 의해 회사경영을 부정직하게 한 사건이다. 피고인은 누나와 조카가 미국을 방문하게 하기 위해 임직원으로 허위채용하고 급여를 지급했는데, 사적인 사정으로 글로벌 상장사의 채용 업무를 이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정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검찰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들을 모두 참작해 양형을 정한 것”이라며 “항소심에서도 의견을 변경하지 않겠다. 1심처럼 징역 2년을 구형한다”고 말했다.

반면 조 부회장의 변호인은 범죄사실이 전형적인 업무상 횡령 범죄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은 비자금을 조성하고 불법자금 유용하기 위한 전형적 업무상 횡령 범죄와 그 동기와 죄질, 비난 가능성이 다르다”며 “불치병을 앓고 있는 조카와 누이의 사정이 있었고, 이를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사정에서 비롯한 것이므로 동기를 특별히 참작해 달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또 누나 희원씨가 예정한 것과 달리 미국 주재원이 아닌 학생비자로 출국하게 된 점, 이 같은 채용방안이 그룹차원에서 이미 결정됐고 피고인은 결재를 요청받은 것에 불과한 점, 횡령 범죄가 가공급여를 취득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점, 회사의 피해가 회복된 점, 피고인이 반성하고 위법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점 등을 참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정상을 모두 참작할 경우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은 지나치게 무겁다”며 “벌금형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해 달라”고 말했다.

조 부회장도 발언기회를 얻어 “경영자로서 물의를 빚어 회사에 부정적 역할을 미친것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뉘우친다”며 “기회를 준다면 이를 계기삼아 공인으로서 책무를 다하고 오늘과 같이 부끄러운 일이 없도록 작은일 하나하나 법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20일 오후 이 부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기로 했다.

조 부회장은 2012년부터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주) 대표이사 사장으로 근무하던 중 2018년 3월 이 회사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아 자금 관리, 회계 등 업무를 총괄했다.

그는 누나인 희원씨가 이 회사에 근무한 적이 없는데도 그를 회사원으로 등재해 근무한 것처럼 가장하고 희원씨로 하여금 가공급여를 지급받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실제 희원씨가 2014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월급명목으로 지급받은 돈은 1억1000여만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희원씨는 이 돈을 개인적으로 소비했다.

1심은 “피고인은 누나의 이익을 위해 가장 채용하는 형식을 취해 가공인건비 명목 등으로 회사 금원을 횡령하고 그 피해 금액도 적지 않다”고 지적하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동생 조현범 사장도 재판 종료···‘양형’이 쟁점

조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동생 조현범 사장의 사건은 앞선 공판에서 마무리됐다. 현재까지 선고기일이 정해지지 않았으나, 조 부회장과 같은 날 항소심 판결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조 사장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상태다. 조 사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조 사장은 1심의 양형이 무겁다고 주장하며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한 점, 반성하는 점,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회사와 주주의 이익에 해를 끼친 범죄가 아닌 점, 한국타이어 발전에 헌신한 점을 감안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조현범 사장은 배임수재, 업무상횡령, 금융실명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총 4개 혐의를 받는다. 10년 가까이 하청업체 A사와 계열사 B사로부터 매달 수 백만원씩 총 수억원을 차명계좌로 받고, 차명계좌를 통해 사용한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조 사장은 2018년 1월부터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사장과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을 겸직하면서 실질적으로 한국타이어의 자금관리, 인사, 구매 및 마케팅, 계열회사 관리 등 경영 전반을 총괄했다.

그는 2008년 4월 한국타이어의 관계회사인 A사를 통해 매월 일정한 부외자금(비자금)을 조성해 차명계좌를 통해 수수하기로 마음먹고,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 부탁해 지인의 매형 명의 차명계좌를 개설했다.

조 사장은 이때부터 2018년 6월까지 10여년 간 A사로부터 매월 500만원씩 123회에 걸쳐 합계 6억1500만원의 돈을 받았다(배임수재).

조 사장은 또 가족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한국타이어 사옥 등 시설관리용역업체 B사로부터 2008년 5월~2013년 2월 매월 300만원씩 61회에 걸쳐 1억 7700만원을 송금 받아 임의로 사용한 혐의(법인자금 횡령)도 받는다. B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던 중 B사 대표이사로부터 2014년 5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매월 200만원씩 43회에 걸쳐 총 8600만원을 송금 받아 임의로 사용한 혐의(법인자금 횡령)도 있다.

조 사장은 누구든지 탈법행위를 위해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면 안 되는데도 차명통장으로 돈을 받고 배임수재 또는 횡령금액을 유흥비로 사용하기 위해 고급주점 여종업원의 부친 명의로 개설된 차명계좌를 주점 측으로 제공받은 혐의(금융실명법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도 받는다.

1심은 조 사장의 혐의 전부에 유죄를 선고했다. 1심은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구매담당임원을 시켜 장기간 비자금을 마련해 온데다가 그 수수 금액도 매우 크다”며 “A사와 지속적으로 거래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사실상 남품관련 업무상 편의를 봐준 것으로 볼 수 있고, 계열사 자금을 빼돌렸고, 그 범죄수익 사실을 가장해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속기소됐다가 4개월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았다.

조 사장에 대한 배임증재 혐의로 함께 기소된 A사 대표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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