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기업 살리는 데 초점
경제학자들은 한계기업 지원 몰릴까 우려

지난 8일 명동 한 상점에 영업종료 안내문이 붙어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8일 명동 한 상점에 영업종료 안내문이 붙어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정부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및 중소·중견 기업을 살리기 위해 금융 지원책을 마련하고 지원금을 주고 있다. 이를 두고 회생이 불가능한 좀비기업에게 재정이 새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매출 타격을 크게 입어 자금이 필요한 소상공인들에게 금융 지원과 함께 직접적인 지원금도 주고 있다. 폐업을 막고 어려운 위기를 이겨나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줄어든 소상공인에게 낮은 금리로 유동자금을 빌려주기 위해 지난 2월부터 연 1.5%의 초저금리를 적용한 1차 대출을 가동했다. 1차 대출 자금이 빠르게 소진되자 5월 말부터는 2차 대출을 가동했다.

정부는 9월 23일부터는 소상공인 2차 대출 한도를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올리고 1차 대출을 3000만원 이하로 받은 차주도 최대 2000만원까지 2차 대출을 추가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을 완화했다.

그 결과 5대 시중은행에서 최근 3주간의 대출 건수와 금액이 지난 4개월과 비교할 때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이달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5월 말부터 지난 16일까지 실행한 소상공인 2차 긴급대출 건수는 모두 9만4147건으로, 대출금 총액은 1조2157억원에 달했다.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소상공인 2차 대출이 시행된 5월 25일부터 8월 말까지 101건의 부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 사유는 휴·폐업이 80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개인회생·파산, 원금·이자연체 순이었다.

이와 함께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상공인에게 새희망자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소상공인 204만1108명에게 2조2061억원이 지급됐다. 중기부는 신속 지급 대상자를 제외한 나머지 소상공인에게도 새희망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새희망자금은 지난해 연 매출 4억원 이하인 소상공인 가운데 올해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에게 지원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미 회생이 불가능한 기업에게 재정을 퍼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이들에게 주는 지원금 등은 매출 기준이 매우 낮아 재정이 좀비기업에게 샌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에서다.

한 유통업자는 “지원금 지급 조건에서 매출액 기준이 매우 낮은데 이런 소상공인이 정부 지원금으로 얼마나 회복하고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되더라도 영업을 유지할 정도의 능력이 되는 기업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부 지원금을 받을 정도가 되면 문 닫는 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라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도 회생 가능한 기업에 선별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핀셋 세출을 해야 한다”며 “코로나19 타격과 무관한 기업이나 좀비기업에게 막대한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잘 보고 정확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해 기업 3곳 중 1곳은 이자도 못 갚을 정도로 경영난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재앙이 덮치면서 올해는 좀비기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21일 공개한 ‘2019년 기업경영분석’ 통계를 보면 조사대상 비금융 영리법인기업 74만1408개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평균 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자 비용이 없는 곳을 뺀 38만4877개 기업 가운데 36.6%는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00% 미만이었다.

즉 한 해 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형편인 기업의 비중이 3곳 중 1군데인 셈이다. 이 비중은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코로나19 충격으로 한계기업이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내내 코로나19 여파가 미칠 경우 올해 한계기업은 5033곳으로, 전체 기업의 21.4%를 차지할 것으로 점쳐졌다. 이는 지난해 대비 6.6%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이자비용에 대한 영업이익이 1 미만인 기업이다. 즉 수익보다 대출이자 부담이 더 큰 것이 3년 연속 지속된 기업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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