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사 가릴 것 없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떠올라
정부, 올해 스마트팜 등 농어촌 신사업 적극 육성 발표
글로벌 시장, 2023년까지 530조원 규모 성장 예상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건설사들이 스마트팜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스마트팜은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을 이용해 농작물·가축 등의 생육 환경을 적정하게 유지·관리하고 원격 자동관리하는 차세대 농업 시스템을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스마트팜 시장 규모는 3년 내에 수백조원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스마트팜이 건설사들의 새 먹거리로 떠오른 모습이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미래 성장 비전으로 발표한 ‘현대건설 2025 전략’에 스마트팜을 포함시켰다. 스마트팜 기술을 아파트 단지 내 적용해 주택 사업에서 차별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 6월 ‘H 클린팜’을 선보였다. H클린팜은 외부와 차단된 재배실과 어린이 현장학습이 가능한 체험교육실, 내부 온·습도 조절을 돕는 항온항습실, 수확 이후 바로 먹을 수 있는 준비실 등이 함께 구성된 스마트팜 시스템이다. 빛·온도·습도 등을 인공적으로 제어하는 밀폐형 재배시스템을 통해 오염물질 없는 작물재배가 가능하다는 게 현대건설의 설명이다. H클린팜은 향후 분양하는 디에이치·힐스테이트 단지와 오피스텔 등에 제공될 예정이다.

현대건설이 선보인 ‘H 클린팜’ / 사진=현대건설

GS건설은 일찌감치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스마트팜을 낙점했다. 스마트팜은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윤홍 GS건설 사장이 차세대 먹거리로 제시하고 진두지휘해 온 사업이다. GS건설은 지난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정관의 사업목적에 ‘스마트팜 설치 및 운영’ 항목을 새롭게 추가했다. 당시 추가된 사업은 온실·부대시설 등 농업시설물의 설치, 농작물 생산·유통, 스마트팜 설치·운영 등이다. GS건설은 스마트팜을 현재 추진 중인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농지에 접목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스마트팜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호반건설의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 법인인 플랜에이치벤처스는 지난해 8월 스마트팜 기술을 보유한 ‘쎄슬프라이머스’에 투자했다. 쎄슬프라이머스는 면적당 작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지능형 수확자동화 플랫폼과 복합환경제어 시스템, 자율형 로봇 수직농장 공급 등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6월 스마트팜 스사트업 ‘올레팜’에 50억원을 투자해 지분 20%를 확보했다. 올레팜은 컨테이너에서도 딸기와 같은 과수를 키울 수 있는 재배 시스템을 보유 중이다. 계룡건설도 올 초 정기주주 총회를 통해 스마트팜 설치·관리·운영업 등을 새롭게 추가했다.

글로벌 스마트팜 시장 규모 및 전망 / 자료=
글로벌 스마트팜 시장 규모 및 전망 / 자료=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

중·대형 건설사 가릴 것 없이 스마트팜 사업에 뛰어드는 배경은 성장 가능성이 높아서다. 정부는 올해 초 ‘농어촌 지역개발 5개년 기본계획’(2020~2024년)의 일환으로 스마트팜 등 농어촌 신사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에는 스마트팜을 8대 혁신성장 선도사업 중 하나로 선정하고 스마트팜 전문인력 양성, 청년농 스마트팜 종합자금 지원 등 관련 인프라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농립축산식품부는 2022년까지 상주·김제·밀양·고흥 등 4곳에 ‘스마트팜 혁신 밸리’를 조성해 스마트팜 보급사업 규모를 7000ha가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스마트팜 시장 규모는 5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글로벌 스마트팜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팜 시장은 2023년까지 4610억 달러(약 520조원) 규모로 연평균 16.4%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네덜란드, 미국, 일본 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바이엘, 다우듀퐁 등 글로벌 농화학 기업뿐만 아니라 구글, 알리바바, 마이크로소프트 등 IT 기업들도 나서 스마트팜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추세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귀농귀촌, 그린 뉴딜, 건강 먹거리 등과 함께 스마트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움직임과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스마트팜에 진출하는 건설사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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