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올해 배당성향, 적어도 작년 수준 유지”
신한금융, 분기배당 위해 정관 변경 추진
4대 금융지주 올 들어 20% 이상 주가 하락···주가 부양 필요성 커져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지주사에 배당 자제를 권고했음에도 금융지주사들이 분기배당을 고려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기환 KB금융지주 부사장(CFO)은 전날 오후 3분기 실적발표 뒤에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배당 전략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적어도 작년 수준의 배당성향은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건전성, 자본적정성 관리에 철저하게 대비하지만 동시에 견조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도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이익안정성과 자본의 질 등을 감안하면 배당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간배당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김 부사장은 “은행주의 성장성에 제한이 있다 보니 시장에서 배당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중간배당에 대해 구체적 계획을 세운 건 없지만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최근 분기배당을 위한 정관 변경을 추진 중이다. 현재 신한금융 정관에서는 중간배당을 1년에 한 차례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변경해 분기별로 1년에 최대 네 차례까지 배당을 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신한금융은 이사회에서 정관 변경을 결의한 후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국내 금융회사 중에서 분기배당을 추진하는 건 신한금융이 처음이다.
현재 은행 계열 금융지주 가운데 중간배당을 하는 곳은 하나금융이 유일하다. 하나금융은 금융당국이 코로나19 피해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이유로 배당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지만 지난 7월 총 1457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에도 불구하고 금융지주사들이 중간배당과 분기배당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데에는 최근의 주가 하락 영향이 크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금융지주들의 주가는 하락세를 거듭해왔다.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연초 대비 20~30%가량 하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은행이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 ‘빅컷’을 단행하면서 은행의 순이자마진(NIM) 등 수익성 지표도 타격을 입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 부양을 위한 수단으로 분기배당 및 중간배당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는 게 금융지주 측 입장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과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올해 금융지주사들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부진하다 보니 주가 부양에 대한 고민이 많다”며 “주가를 올려야 회사 가치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배당 외에도 자사주 매입, 소각 등 할 수 있는 주가 부양 방안은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배당을 한다는 건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를 신경 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가 강제가 아닌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중간배당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