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은행·보험·카드보다 월등한 성장세···IB와 WM부문 골고루 성장
김성현·박정림 대표 연임에 긍정적 신호···ESG 및 디지털 강화로 정성평가도 '우수' 전망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KB증권이 KB금융 계열사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3분기 실적 성장세를 보여주면서 KB금융의 리딩뱅크 탈환 선봉에 나섰다.
KB증권은 김성현·박정림 각자대표가 분담하고 있는 IB부문과 WM부문 모두 성적표가 우수했다. 각종 정량적 지표 외에도 두 대표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강조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디지털 플랫폼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어 정성적 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 KB증권, 은행·손보·카드보다 ‘월등’
23일 KB금융그룹이 전날 공개한 3분기 실적발표에 따르면 KB증권은 올해 KB금융그룹 주요 계열사 가운데 가장 우수한 실적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KB증권은 연결기준으로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 2097억원을 기록하며 직전분기보다 39.6%가 늘어났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도 338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6%가 성장했다. 지난해 KB증권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2580억원이었는데 올해는 3분기만에 넘어섰다.
반면 KB금융그룹 핵심인 KB국민은행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6356억원으로 직전분기보다 3.8% 감소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도 전년동기대비 6.2% 감소한 1조8824억원에 그쳤다.
KB손해보험의 성적표는 더 좋지 못하다. KB손해보험은 3분기 42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직전분기보다 36.2%가 쪼그라들었다. 누적으로도 올해 3분기까지 186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는데 그치며 전년동기보다 20.2%가량 줄었다.
KB국민카드는 3분기에 직전분기보다 11.9%가 늘어난 91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누적으로는 2552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7% 증가하는데 그쳤다.
KB증권은 김성현 대표가 기업금융(IB)부문을, 박정림 대표가 자산관리(WM), 세일즈앤드트레이딩(S&T), 경영관리부문을 맡고 있는데 두 대표가 맡은 부문이 모두 순항 중이다.
IB부문을 살펴보면 KB증권은 국내 채권발행주관 부문에서 10년 연속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올해 KB증권은 채권발행 분야에서 총 755건, 금액으로는 30조5327억원가량을 주관하며 시장점유율 16.12%로 1위다. 회사채발행 분야에서도 236건, 14조2630억원으로 시장점유율 23.99%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IPO 분야에서도 시가총액 8000억원이 넘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상장주관을 맡는 등 총 6개 기업의 대표주관을 맡았다. KB증권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IB수수료 수입은 214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6%가 증가했다.
WM부문에서도 자산과 고객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KB증권의 리테일 고객자산은 3분기말 기준 94조원으로 올해 초 74조원에서 20조원가량 늘어났다. KB증권 온라인고객자산은 14조5000억원이고 업계 최초로 선보인 구독경제 자산관리서비스 ‘프라임클럽’의 가입자도 2만3000명을 넘어섰다.
◇ ‘정성평가’도 뛰어나
김성현·박정림 대표는 2018년말 2년 임기로 선임됐기에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된다. 통상 KB금융 계열사 CEO는 임기를 마친 뒤 1년 연임하는데 KB증권의 실적 성장세는 두 대표가 윤종규 회장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
김성현·박정림 대표는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김성현 대표는 윤 회장이 강조하는 ‘ESG기반 경영’에 가장 앞장서는 CEO 가운데 한 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회장은 올해 초부터 임직원들에게 ESG기반 경영을 여러 번 강조해왔고 3월 KB금융 이사회에 ESG위원회를 만들기까지 했다.
KB증권은 EGS채권발행 부문에서 가장 앞서있다. ESG채권은 조달금을 환경사업이나 사회적가치 사업 등에 사용할 것을 전제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흔히 소셜본드라고도 한다.
KB증권은 지난해 국내에서 발행된 원화 ESG 전체 채권의 44.5%인 1조4700억원 가량을 주관했다. 비금융기업 최초로 3000억원 규모의 한국수력원자력과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에 쓰이는 EGS채권 발행을 주관했고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한 뒤 태양광발전사업 설비투자 및 운영도 하고 있다.
박정림 대표는 윤 회장이 최근 들어 더욱 강조하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 제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윤 회장은 지난달 차기회장 단독후보로 추대된 이후 첫 출근길에서 기자들에게 ”업종 간 경계를 넘어 대형 정보통신기업(빅테크)들과 디지털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차별화된 디지털 종합금융서비스로 가장 좋은 금융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B증권은 최근 엔씨소프트 및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과 손잡고 인공지능(AI) 증권사 설립을 위한 합작법인(JV)을 출범하기로 했다. KB증권의 금융투자 노하우와 엔씨소프트의 AI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증권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KB증권과 엔씨소프트가 각 300억원씩, 총 6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KB증권은 핀테크업체들과 상생을 위한 제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박 대표는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아태지역)의 디지털 리더 기업을 선정하는 행사인 제4회 IDC DX 어워드에서 한국 'DX CEO'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