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제 시행 후 경쟁률 340대 1에서 530대 1로 껑충
낮은 분양가→청약과열→서울 역대 최고 경쟁률→당첨가점 높여
불안감 커진 저가점자 기존 주택시장 진입 가능성 커져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여파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최근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초미니 단지에서 서울 역대 최고 청약 경쟁률이 나왔다.
23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아르테스미소지움 1순위 청약에 1만3964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537.1대 1을 기록했다. 이는 서울 역대 최고 청약 경쟁률이다. 지금까지 서울 지역 아파트 1순위 평균 경쟁률 최고 기록은 지난 8월 은평구에서 공급된 DMC SK뷰 아이파크 포레의 340.3대 1이었는데 이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 아파트는 서울에서 두 번째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단지다. 전체 규모가 100가구에 지나지 않는 소규모인 데다 일반 공급분이 26가구에 불과해 시장 주목도가 크지 않았다. 최근 주택 트렌드인 대단지 커뮤니티가 형성되지 않은 탓이다. 그럼에도 청약경쟁률이 기록적이어서 단숨에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단 2가구가 공급된 59㎡(전용면적) A타입에는 1575명이 몰리며 경쟁률이 787.5대 1까지 치솟았다. 84㎡는 17가구에 8849명이 쏠리며 520.5의 1의 경쟁률을 나타냈고, 59㎡B 타입은 7가구 모집에 3540명이 청약통장을 사용해 505.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업계는 청약시장의 과열 원인으로 낮은 분양가를 꼽는다. 해당 단지의 3.3㎡당 분양가는 2569만 원으로,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84㎡ 기준 분양가가 8억6600만 원에 불과하다. 인근 신축아파트 전용 84㎡의 현재 매매 시세가 15억∼16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반값 수준이다. 또 주변의 동일평형 아파트 전세계약이 최근 10억 원이 넘는 가격에 전세계약이 이뤄지고 있는 점에 견주어보면 분양가격이 전세 시세에도 못 미친다. 앞서 정부는 상한제 적용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서 발급 과정에서 고분양가 심사를 통해 정하는 가격보다 일반분양가가 5∼10% 정도 낮아질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이 같은 까닭에 앞서 서울 첫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였던 서초구 서초동 서초자이르네 역시 19일 1순위 청약에서 청약인파가 대거 몰리며 평균 경쟁률 300.2대 1을 기록했었다. 이 단지는 GS건설의 자회사인 자이S&D가 낙원청광연립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공급하는 단지로, 총 67가구로 구성되는 소규모 단지다. 특히 3.3㎡당 분양가는 3252만 원으로, 최고 분양가가 8억9414만 원에 책정되며 9억 원을 넘지 않아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다는 장점까지 부각되며 경쟁률을 끌어올렸다.
업계에서는 서울 시내 초미니 단지에 잇따라 1만 명이 넘는 청약자가 몰리며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로또 청약 경쟁 심화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존 주택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시세보다 많게는 절반가량 낮은 분양가에 너도나도 청약시장을 들여다보면서 과열 경쟁이 발생하고, 당첨 가점은 점차 높아진다는 것이다. 당첨권에 들지 못한 주택 매수 대기수요는 조급한 마음에 기존 주택시장에 눈을 돌려 매입함에 따라 올 상반기 급등한 매매가격이 조정을 거치긴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출규제와 보유세 강화, 자금출처조사 등 정부의 강력한 시그널에 고가주택 매수세가 한 풀 꺾였지만 새롭게 10억 원 대로 진입하는 단지들은 늘어나는 등 시장이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며 “추격매수를 하는 이들로 인해 10억 원 키맞추기에 편승하며 서울 전체의 가격수준이 올라갈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